방한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6단체와 만나 “양국 간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이 먼저 나서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재계는 공급망 재편에 맞춰 일본과 첨단산업의 필수재인 광물·에너지 등에서 광범위한 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미래 세대 교류 등과 관련해 철저한 후속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의 한일정상회담에서 반도체를 비롯해 우주·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한일 공급망 협력에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날 귀국하기 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주재로 한국경제인간담회를 열고 한일 경제 협력을 위한 대화를 이어갔다. 경제인간담회는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때 개최된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행사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6대 경제단체장이 참석해 기시다 총리와 1시간가량 비공개로 대화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의 참석도 조율됐지만 실무 형식의 행사 진행으로 경제단체장들이 재계를 대표해 자리했다.
기시다 총리는 간담회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에 불편한 것들을 빨리 털고 가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함께 가서 얻을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청년 세대를 위한 ‘미래기금’ 조성 추진 등으로 꽉 막힌 한일 관계에 활로를 튼 재계의 노력을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에 대한 큰 공헌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며 "한일 간 경제 관계 발전을 위해 기탄 없는 기대와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상호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이므로 미래를 향한 발전적 관계가 필연적”이라고 했고 구 회장도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수소 등 에너지 신기술 개발이나 생산·공급 협력 혹은 제3국 공동 진출에서 이점이 있으니 교류를 통해 호혜적으로 무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김 회장 직대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과 동시에 발표된 미래기금과 관련해 “우리가 잘할 테니까 협력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셔틀외교’에 대해“ 한일 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사와 관련해서도 “(기시다 총리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국내에서 비판적 여론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이 한일 관계를 움직였고 주도권을 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시다 총리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