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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압박 시작”…“패밀리오피스는 투자기회 엿본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연준이 1분기 대출 설문조사 자료를 내놓았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은행들의 대출기준이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18%, 0.05% 오른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17%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52%대까지 올랐습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은행 위기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얼마나 조일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시니어 론 오피서 서베이(Senior Officer Loan Survey·SLOOS)’를 내놓았는데요. 당장은 시장에 직접적 타격은 없었지만 두고두고 영향을 끼칠 요인이죠. 팩 웨스트 뱅크콥은 배당을 줄인다는 소식에 크게 올랐다가 오름폭을 상당 부분 반납한 뒤 3.65% 상승 마감했습니다. 지온스 뱅크(2.10%)와 웨스턴 얼라이언스(0.59%)도 상승했는데요. 오늘은 대출 설문 지역은행, 경기침체와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미 은행, 기업·상업용 부동산·가계대출 기준 모두 강화”…“강한 노동에도 침체 가능성 높아져”


우선 대출 서베이부터 보죠. 이날 나온 SLOOS에 따르면 총 63개 은행 가운데 올 1분기 매출 5000만 달러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출기준을 강화했다는 응답이 46.1%였는데요. 지난해 4분기는 44.8%였습니다.

소형 기업의 대출 기준을 높였다는 답은 43.7%에서 48.3%로 뛰었는데요. 보고서는 “기업대출과 관련해 응답자들은 기업대출(상업 및 산업) 기준이 강화되고 수요가 감소했다고 답했다”며 “상업용 부동산(CRE)의 경우 모든 형태의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기준이 세졌다”고 전했는데요.

실제 타격은 소형 기업이 더 많습니다. 전분기에는 대형 은행(미국 내 자산 500억 달러 이상)의 37.5%만이 ‘기준을 약간 강화했다(Tightened somewhat)’고 했는데 올 들어서는 이것이 53.3%까지 치솟았는데요. 대형 은행의 대출 목록에서 빠진 중소기업은 작은 은행으로 옮겨가더라도 금리가 높아지거나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죠. 후세인 아다티아 웨스트우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은행 대출 긴축의) 문제는 수십 년 간 은행과 관계를 맺어온 중소기업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긴축 상황은 리스크가 상대로 큰 인수합병 대출에서 더 잘 드러나는데요. 대기업과 중견기업 상대 최대 여신규모(크레디트 라인)가 감소했다는 답이 지난해 4분기 20.9%에서 46.8%로 껑충 뛰었습니다. 대출금리 스프레드가 넓어졌다는 답변이 47.8%에서 62.3%까지 상승했는데요.

소형기업은 최대 여신규모 축소가 14.3%에서 올 들어 38.3%으로 올랐고,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답도 37.5%에서 58.3%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기준을 강화해 미국 경제 성장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대출 담당자들은 경제성장 전망 감소와 예금 유출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문제가 내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8일(현지 시간) 공개된 나온 대출 설문조사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기업 대출 기준이 강화하고 있고 위험이 큰 대출가능 금액은 줄고 금리는 높아졌다는 의미인데요. 기업이나 소비자 등 어떤 대출이라도 기준을 강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불확실한 경제전망이 매우 중요하다는 답은 61%, 약간 중요하다는 35.6%나 됐습니다.

추가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지금 기준과 비교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출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응답이 55.0%, 소형기업은 52.6%였는데요. 대출 수요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약해졌다는 응답이 50%를 넘습니다. 블룸버그는 “기업대출 수요 증가를 보고한 은행 비율은 1분기에 55.6%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대출기준 강화는 앞으로 바뀔 수도 있긴 합니다. 이것이 실제로 대출을 얼마만큼 줄일지, 그리고 경기를 얼마나 둔화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는데요. 연준과 감독당국이 은행에 대출연장을 요구할 수도 있죠(이것이 침체 우려를 낮출 수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은행의 대출 축소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것만큼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은행 대출축소는 처음에는 미미해도 갈수록 규모가 커진다는 특징도 있는데요. 마이클 칸트로위츠 파이퍼 샌들러 수석 투자 전략가는 “대출기준이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경기침체 확률을 더 높인다”고 짚었죠.

그래서인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용경색 또는 최소한 신용압박이 시작됐다”며 “경기침체가 가능하다고 말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이르지만 통화정책에 은행 스트레스와 신용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굴스비 총재는 부채한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담보로 국채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 금융사에서 스트레스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국채금리 상승에 모기지와 자동차 대출, 크레디트 카드 금리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 연은, 4월 소비자 지출 전망 0.5%p↓”…“연준, 당장 금리인하 시작할 이유 없어”


미국 경기와 관련 깊은 소비자 지출 전망은 나빠졌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이날 내놓은 4월 소비자 기대조사를 보면 지출 전망이 전달보다 0.5%p 떨어진 5.2%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죠.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인데요.

인플레이션 기대는 단기와 장기가 엇갈렸습니다. 1년 뒤 물가를 점치는 1년 인플레 기대는 3월보다 0.3%p 하락한 4.4%였지만 3년과 5년은 각각 0.1%p 높아진 2.9%와 2.6%였죠. 1년 인플레 기대는 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연준의 기준(2%)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어쨌든 올해 내내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은행의 대출기준 강화와 소비 감소 우려는 금리 동결론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는데요. 프라빈 코라파티가 이끄는 골드만삭스 금리 전략가들은 “역사적으로 연준이 일련의 금리인상을 마무리하고 두 번에 걸쳐 금리가 변화 없을 때 다음 6개월 동안 가장 가능성이 큰 경로는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올해 금리가 내려간다는 주장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그럼에도 최소한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디팍 퓨리 도이치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연준이 당장 금리인하를 시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도 “나는 연준이 확실히 여기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정말로 내려오는지 봐야 할 것이다. 일자리 증가폭은 여전히 강하며 임금 상승률도 꽤 높다”고 했는데요.

이는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경우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말입니다. 10일에 발표될 4월 CPI는 계속해서 △전월 0.4%(3월 0.1%) △전년 5.0%(5.0%) △근원 전월 0.3%(0.4%) △근원 전년 5.5%(5.6%) 등으로 예상되는데요.

금리는 기본적으로는 동결 쪽으로 보되, 4월과 5월 CPI가 있어 아직은 추가 금리인상의 문을 완전히 닫을 때는 아닙니다. 금리선물시장은 6월 인상확률을 23.4%로 보는데요.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확률은 낮지만 4월 CPI가 예상을 웃돌고 5월도 예상을 웃돌 경우 추가 인상이 가능은 할 것”이라며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기도 했죠.



미국 근원 CPI 추이. 웰스 파고


하지만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생각은 여전합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5시45분 현재 9월에 최소 0.25%p 이상의 금리인하가 있을 확률이 65.8%나 되는데요. 사실 이런 월가의 전망은 경기침체와 관계가 있죠. 얕고 짧은 침체가 찾아오면 인플레이션이 빨리 떨어질 것이고 연준도 재빨리 피벗(Pivot)을 할 것이라는 예상인데요. 이후 경기는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연착륙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날 연준의 ‘시니어 론 서베이’에서도 봤듯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은행 긴축파고 △상업용 부동산 문제 △누적 긴축효과 △노동시장의 적절한 둔화 등을 이끌어야 합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지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제로에서 5% 이상으로 올렸는데 40년 만의 가장 빠른 통화 긴축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최근 역사에서 이 같은 긴축이 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의 수는 ‘0’”이라며 “경기침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다가 생기는 부작용이 아니라 메인 쇼다. 여기에 은행 시스템 스트레스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봤습니다.

연장선에서 글로벌 경제가 민스키 모먼트를 벗어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죠. 루도비치 수브란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민스키 모먼트의 모든 요소를 갖고 있으며 유동성 위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과 미국 지역은행 사이의 연결고리가 걱정스럽다. 은행 부문에서 새로운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상업용 부동산에 특화된 헤지펀드에서 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죠.

민스키 모먼트는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약해지면서 급하게 빚을 갚기 위해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 팔아 전반적인 시장의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을 말합니다.

“빌 그로스, 부채한도 결국 해결될 것 단기국채 사라”…“패밀리 오피스 주식 산다 vs 시장 너무 낙관적”


하나 더 볼 건, 시장에서 연방정부 부채한도에 관한 걱정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채한도 문제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블룸버그는 내일인 9일에 있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사이의 만남에 대해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보다는 교착 상태를 공고히 할 위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존 케네디 공화당 소속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이 “부채한도 협상 데드라인이 6월1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정한 것이며 나는 7월 말이나 8월이 그 한도라고 본다”고 한 것은 꽤 리스크한 요인이긴 하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비밀 계획(Secret Plan)은 없다”고 못 박았는데요.

다만, 부채한도는 정치 사안이기 때문에 한 번 만남을 전후로 바로 해결될 확률은 낮다고 봐야 합니다. 웰스 파고는 부채 한도 협상에 관해 △양당 간 결국 합의. 단 6월1일 전에 이뤄질지는 회의적 △2024회계연도 시작시점은 10월1일까지 부채한도 단기인상 △정치적 교착에 따른 준비없는 부채한도 기한(6월) 진입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요. 웰스 파고는 이중 단기 부채상한 인상이 가장 가능성 있다고 봤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타결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채권왕이라고 불린 빌 그로스는 “부채한도 문제가 결국 해결될 것”이라며 “단기 국채를 사라”고 조언했습니다.

뉴욕 연은의 1년 인플레 기대. 침체 논란이 커지면서 인플레 기대보다 소비자 지출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뉴욕 연은


증시 상황 더 보죠.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 전략가는 “은행 부문의 스트레스와 다가오는 부채한도는 단기적인 침체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침체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최악이 지나갔을 수 있다는 주식 투자자들의 기대는 틀렸다고 증명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올해 금리인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경기침체나 심각한 금융위기의 시작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부유층의 생각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가 166개 패밀리 오피스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곳들이 향후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고 하는데요. 특정 가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 오피스들은 사모주식 투자에도 돈을 더 쏟아 부을 전망이죠. 미나 플린 골드만삭스 글로벌 사모펀드 웰스 매니지먼트 공동 헤드는 “패밀리 오피스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정말로 리스크온(risk-on)”이라며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할 때 주식을 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티펠은 S&P500 주가 전망을 높였는데요. 배리 배니스터 스티펠의 전략가는 2분기와 3분기 S&P 목표가를 4200에서 4400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그는 “침체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고 경제는 회복력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는데요. 이날 S&P가 4138.12에 마감했으니 6.3% 이상 더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약세론자인 모건 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월가는 금리인하 시기에도 기업들이 성장성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데 거시경제 지표가 둔화하면 기업들의 어닝 추이가 약해질 것이다. 인건비가 계속해서 기업들에게 역풍이 되고 있다”며 기업 마진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침체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서비스업의 호조 때문이며 이는 전반적인 임금 상승률을 견고하게 해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침체가 없다면 연준도 금리를 대폭 내릴 이유가 없을 것이기에 침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은 고전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는 이날 “월가가 은행권 스트레스가 거의 끝나가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했는데, 스트래태가스의 기술분석가 크리스 베론은 “은행주는 베어마켓 랠리”라며 바닥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죠.

결국 은행 문제는 대출 축소와 이어져 경기 및 상업용 부동산과 직결됩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큰 그림에서 보면 이날 론 서베이는 우울한 전망을 보여준다”고 했는데요. 패밀리 오피스들처럼 투자를 늘릴 기회일지, 아니면 더 큰 침체의 서곡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는 매주 화~토 오전7시5분에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생방송됩니다. 질의응답(Q&A)도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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