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락장에 외면받았던 국내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브(352820), 에스엠(041510) 등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엔터테인먼트 주식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덕분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4월 4일~5월 4일) 국내주식형 메타버스 ETF 4종의 평균 수익률은 6.56%로 코스피 수익률(1.16%)를 압도했다. TIGER Fn메타버스 ETF의 수익률이 9.85%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STAR iSelect메타버스(7.91%), KODEX K-메타버스액티브(4.36%), HANARO Fn K-메타버스MZ(4.12%) 순이었다.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이 -9.11%로 부진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성과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받았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얼어붙자 ‘실체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폭락했다. 실제 메타버스 테마 ETF는 지난해 1년 동안 43.0% 하락해 전체 15개 테마 중 손실률 4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함께 메타버스 열풍의 선봉장에 섰던 인터넷, 게임, 반도체 테마의 손실률도 각각 61.1%, 51.2%, 43.7%에 달해 나란히 손실률 1~3위를 기록했다.
메타버스 ETF가 반등한 건 엔터주 덕분이 크다. 4개 ETF 모두 구성종목을 살펴보면 엔터주와 게임주 편입 비중이 높다. 지난 한 달간 하이브(58.97%), JYP(23.41%)등 엔터주가 큰 폭으로 오르자 ETF 가격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엔터주 비중에 따라 4개 상품 간 희비가 갈리기도 했다. 엔터주 비중이 40% 이상인 ‘TIGER Fn메타버스’는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낸 반면 엔터주 비중이 21% 안팎인 ‘HANARO Fn K-메타버스MZ’는 수익률이 4%대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엔터 4사가 이익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인 만큼 메타버스 ETF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엔터 4사(하이브, 에스엠, JYP, YG)의 영업이익 총합은 179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4사 모두 연내 신인 그룹 데뷔를 앞두고 있어 이들의 흥행 성과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엔터주와 함께 메타버스 ETF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주의 전망이 불투명하단 건 걸림돌이다. 최근 한·중관계 악화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가, 1분기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크래프톤(259960), 엔씨소프트(036570) 등 한국 10대 게임사로 구성된 ‘KRX 게임 K-뉴딜지수’는 4일 기준 785.39로 석 달째 제자리걸음 상태다. 넷마블(23%)을 모든 종목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신한 FnGuide 메타버스 ETN’은 한달 수익률이 -1.47%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공연 재개, 신인 데뷔 등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호실적이 기대되나 게임주의 경우 종목별 편차가 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대신 유망한 게임주를 선별해 담는 액티브 ETF에 투자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주들이 긴 부진의 늪을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시한다. 채지훈 KB자산운용 ETF솔루션운용본부 매니저는 “최근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마케팅비와 인건비 등의 비용통제가 이뤄지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형 엔터사들은 올해 레이블 체계 확립, 지식재산권(IP) 수익화, 해외투어 등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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