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이후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중국이 직격탄을 맞은 사이 대만과 베트남이 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점유율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제무역센터(ITC) 통계 자료를 토대로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 내 주요 국가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대만의 점유율은 2018년 9.5%에서 2022년 19.2%로 9.7%포인트 상승했다. 점유율 순위도 4위에서 1위로 크게 뛰었다. 2018년 점유율 2.5%로 8위에 그쳤던 베트남도 2022년에는 9.8%까지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5위권 내에 안착했다.
이들이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반도체 수입 제품군에서 중국의 입지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2018년 30.2%로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중국은 2022년 점유율이 3분의 1 수준인 11.7%까지 하락했다. 순위도 4위로 추락했다.
한국의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0.8%에서 2022년 12.6%로 1.8%포인트 상승했다. 순위는 2018년과 2022년 모두 3위로 동일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한국 점유율은 대만을 1.3%포인트 웃돌았지만 대만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2019년 순위가 뒤집혔고 2022년에는 점유율 차이가 6.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전경련은 미국의 반도체 최대 수입 품목인 ‘컴퓨터 등의 부품’ 분야에서 대만과 베트남이 빠르게 중국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분석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액은 4년간 96억 7000만 달러 감소한 반면 대만과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액은 각각 75억 6000만 달러, 35억 1000만 달러 증가했다.
미국 내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품목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입지를 강화한 것도 두 국가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기타 전자 집적회로 품목 수입은 4년 새 77% 늘었는데 이 중 대만 수입액은 1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135% 증가한 발광다이오드(LED) 및 태양전지·태양광 모듈 등 품목 수입에서 베트남 수입액은 874% 늘어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미중 통상 갈등 이후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 재편에 따른 최대 수혜국은 대만과 베트남으로 한국의 점유율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며 “최근 우리 정부가 첨단 전략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 투자 인허가 처리 신속화 등 국내 투자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활용해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반도체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e122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