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재평가론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기아(000270) 주가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47% 상승했는데 증권가는 눈높이를 더 올려 잡고 있다. 특히 낮은 고정비 덕에 1분기 영업이익률이 테슬라를 넘어서자 2025년 본격적인 전기차 가격 경쟁 시대가 오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 주가는 올해 47.72% 상승했다. KRX자동차지수를 구성하는 코스피 상장 종목 중에서는 금호타이어(71.4%)에 이어 2위다. 현대차(005380)(35.7%)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기아의 주가 강세 비결은 실적에 있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영업을 하면서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보통 차 값이 비쌀수록 더 많은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2.1%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자동차 부문(11%)을 앞질렀다. 기아의 차량 평균판매가(ASP)가 2만 4800달러(약 3283만 원)로 테슬라(4만 6000달러·약 6090만 원)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매출 총이익률도 기아(22.7%)가 테슬라(21.1%)보다 높았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수익성을 앞지른 것이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 시대가 왔을 때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의 수익성이 테슬라를 앞지른 비결은 낮은 고정비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아의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 6.7% 수준이다. 반면 테슬라는 17.6%였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 팀장은 “전기차 업체는 내연기관 업체보다 비용이 3배 정도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시설 투자비뿐 아니라 테슬라는 고용 인원이 12만 7000명으로 현대차의 한국 고용 인원인 7만 2600만 명 대비 1.74배나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다 보니 1인당 매출액에서 테슬라(63만 달러)는 기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5년 이후 전기차 가격 경쟁 시대가 시작되면 고정비가 낮은 기업은 더 낮은 가격에 차량을 공급할 수 있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더 높아져 2025년에는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아에 대한 목표 주가도 상향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12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상향했다. DB금융투자(10만 원→11만 5000원), IBK투자증권(10만 원→12만 원) 등 최근 대부분의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상향했다. 이날 기아차 주가는 전날보다 500원(0.5%) 오른 8만7600원이었다.
다만 향후 테슬라 역시 투자한 자산에 대한 회수가 진행되고 생산 원가를 줄여간다면 본격적인 가격 경쟁 돌입 시 기아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기아는 수출 물량이 많은 만큼 원화 강세도 불안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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