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제약과 국내 바이오 기업 간 협업을 지원한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가운데 대표적인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에서 민간기업들이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특히 외부 기업과의 협업에 보수적인 일본 제약 기업이 K바이오와 손을 잡을 경우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신약 후보 물질 개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달 일본을 방문해 글로벌 10위권 제약사인 다케다제약과 K바이오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협의한다. 이 장관은 다케다제약이 가나가와현에 조성한 신약 개발 클러스터 쇼난바이오헬스이노베이션파크를 방문해 현장의 산학연 클러스터를 둘러보고 K바이오와의 신약 개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이후 급히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신약 후보 물질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지만 엄청난 자금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임상시험 등 본격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빅파마는 없다. 반면 일본은 다케다제약이라는 글로벌 빅파마를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오 분야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한일 관계 복원을 계기로 두 국가 간에 필요가 맞아 떨어지는 바이오 분야에서 경제 협력이 본격화하는 이유다.
한일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쇼난바이오헬스이노베이션파크 등 일본 현지의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초기 개발과 검증을 거친 뒤 기술이전 등으로 상용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다케다제약에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자고 제의했지만 오히려 일본 측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자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협상으로 국경을 넘어선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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