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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루이비통 패션쇼가 남긴 것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 잠수교에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사상 첫 프리폴)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루이비통




지난 달 29일 전 세계인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루이비통의 첫 프리폴(pre-fall) 패션쇼의 막이 올랐다. 장소는 대한민국 서울 한강 잠수교. 밴드 산울림의 노래 ‘아니 벌써’에 맞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정호연이 런웨이에 등장하자 이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생중계로 지켜보던 전 세계 팬들은 연신 ‘하트’ 버튼을 누르며 화답했다.

글로벌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첫 프리폴 패션쇼 장소로 한국을 택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화 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4대 패션 행사로 꼽히는 뉴욕 패션위크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무려 1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패션쇼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약 24시간 동안 잠수교 일대에서 차량과 자전거·도보 이용이 통제되며 불편을 겪는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시는 쇼를 해외 관광객과 서울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형식으로 기획했지만 정작 루이비통 측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1700여 명은 대부분 유명 인사였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눈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로 쏠리고 있다. 구찌는 16일 ‘국보’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쇼와 관련해 경복궁 역사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훼손 방지책을 마련할 것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K콘텐츠 열풍이 확산될수록 국내에서 패션쇼를 열기 원하는 명품 브랜드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연 구찌’가 아니라 ‘구찌가 패션쇼를 연 경복궁’이 될 수 있도록 일반 국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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