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며 초격차 확보에 나선다. 갈수록 강화되는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국 등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 기조 속에서 원천 기술 확보로 반도체 산업의 압도적 우위를 지켜낼 방침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반도체 미래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며 “반도체 기술 정책 및 사업 방향에 있어 반도체 미래 기술 로드맵에 근거해 전략적으로 R&D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향후 10년간 신소자 메모리 및 차세대 소자 개발, 인공지능(AI), 6세대(6G) 이동통신, 전력·차량용 반도체 설계 원천 기술 개발, 초미세화 및 첨단 패키징을 위한 공정 원천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반도체 분야에서 45개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신소자 분야에서는 강유전체 소자, 자성체 소자, 멤리스터 등 3대 미래 소자 기술을 중점 육성해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개발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각각 70%, 50% 수준인 만큼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초점을 맞춰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설계 분야에서는 AI·6G·전력 등 차세대 반도체 설계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업계 1위인 TSMC를 뒤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원자층 증착, 이종 집적, 3차원(3D) 패키징 등 원천 기술 확보로 선두 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산업계와 학계·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정 협의체도 구성했다. 협의체는 각계의 소통과 교류를 지원하는 한편 민간 수요 기반 사업 기획과 기술 로드맵 고도화 등을 담당한다. 이 장관은 “반도체 미래 기술 민관 협의체를 발족하고 정부와 산업계·학계·연구계의 주요 기관이 모두 참여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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