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급등을 이유로 하루 새 두 번이나 비트코인(BTC) 출금을 중단한 사안을 두고 업계에선 이례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 8일 하루에 두 차례나 BTC 인출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바이낸스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혼잡으로 거래 수수료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급등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처음에는 약 90분 간 BTC 인출이 중단됐고, 이후 9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인출 중단이 발생했다. 약 두 시간 만에 BTC 인출을 재개한 바이낸스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수수료를 조정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이 거래소 외부로 가상자산을 출금할 때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따라 거래 수수료(transaction fee)가 다르기에 각 체인 별로 수수료가 다르게 책정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거래 수수료는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최근 비트코인 네트워크처럼 거래량이 몰리면 일시적으로 수수료가 급등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다시 내려간다. 거래소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헤아려 출금 수수료를 책정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여러 상황을 사전에 고려해 해당 가상자산의 출금을 위한 전송 수수료를 설정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거래 수수료는 가변적이지만 고객이 거래소에 내는 출금 수수료는 보통 고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래소가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을 계산해 출금 수수료를 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낸스의 BTC 출금 중단 조치가 통상적 대응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가 급등하면 전송 수수료의 일시 상향 조정 등을 통해 출금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거래 수수료 급등으로 거래소 출금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짚었다. 만약 거래 수수료 폭등으로 거래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면 일시적으로 고객과 부담을 나누는 방안을 택하지 아예 출금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거래소 마다 상황이 달라 확언하긴 어렵지만 출금 중단은 이례적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낸스에서 BTC 출금이 중단됐던 지난 8일 국내 주요 거래소들에선 정상적으로 BTC 출금이 이뤄졌다. 업비트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급등으로 인한 변동사항은 없다”며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공지사항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빗썸 관계자도 “BTC 출금 거래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상황에서 유독 바이낸스에서만 BTC 출금이 이뤄지지 않은 까닭을 묻자 바이낸스 관계자는 “바이낸스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내용 외에 추가로 전할 세부 사항은 없다”면서 “이미 바이낸스는 BTC 인출을 재개했다”고 답했다.
잇따른 BTC 출금 중단 사태 이후 바이낸스에선 16만 2000BTC가 유출되며 파산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소유의 핫월렛과 콜드월렛 간 이동”이라고 해명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비트코인 인출 사태를 둘러싼 의혹을 FUD(공포·불확실성·의심, Fear·Uncertainty·Doubt)라고 일축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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