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깃발을 꽂는 글로벌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이후 베트남 콩카페, 미국 블루보틀, 일본 퍼센트 아라비카에 이어 이번엔 캐나다 국민커피전문점으로 불리는 팀홀튼까지 도전장을 냈다. 커피산업 규모 전세계 3위, 연간 카페에서 1인당 지출하는 금액도 전세계 3위인 한국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확실한 차별화 전략 없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팀홀튼은 오는 하반기 국내에 첫 직영 플래그십 매장을 열 계획이다. 팀홀튼은 버거킹·파파이스 등을 소유한 글로벌 외식기업 RBI 소속으로, 국내 운영은 버거킹 운영사인 비케이알이 맡는다. 유명 하키 선수인 팀홀튼이 1964년 캐나다에서 창업한 팀홀튼은 스타벅스·던킨 등과 함께 손꼽히는 글로벌 대형 커피전문점 중 하나다.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스페인, 멕시코, 중국, 두바이, 인도 등 전 세계 15개국에서 56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넣은 시그니처 커피인 '더블더블'과 미니 도넛 '팀빗'이 대표 메뉴다. 데이비드 쉬어 RBI 대표는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 진출하게 돼 기쁘다"며 "팀홀튼의 시그니처 메뉴와 따뜻한 서비스 문화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홀튼이 한국 진출을 결정한 배경은 단연 압도적인 시장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커피산업 시장 규모는 8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6년(5조 9000억 원)보다 46% 증가한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 시장이다. 한국인이 일 년 동안 마시는 커피의 양은 353잔. 이는 전세계 평균(130잔)보다 3배 많은 수준이다. 연간 카페에서 쓰는 돈은 2018년 기준 1인당 10만 4000원으로 역시 전세계 3위다. 국내 커피 시장은 전문점과 소매로 나눠져있는데, '맥심' 등 소매 시장규모가 수년째 2조 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커피전문점이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글로벌 커피 브랜드는 한국의 팬덤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벅스 전체 매출에서 컵이나 텀블러 등 기획상품(MD) 비중이 10%에 달할 만큼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이 한국 시장의 특성이다. 또 차(茶)문화가 주를 이루는 중국을 대신해 아시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한국에 닻을 내린 경쟁사들도 몸집을 빠르게 불려나가고 있다. '커피계 애플', '제3의 물결'로 불리는 블루보틀은 2019년 성수에 1호점을 연 뒤 삼청동, 광화문, 압구정, 제주까지 진출했다. 1호점 오픈 당시 블루보틀을 맛보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고, 대기 시간이 무려 4시간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진출한 일본 퍼센트 아라비카(% ΔRΔBICΔ)는 지난 2월 한남동에 2호점을 열었다. 다만 수익성은 떨어졌다. 블루보틀커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7억 원에서 23억 원으로 15% 감소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 네스카페는 2019년 한국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