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걷힌 세금이 1년 전보다 24조 원 줄며 나라살림 적자가 54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잡은 연간 전망치(-58조 2000억 원)의 90%가 넘는 수준이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 1분기 정부 총수입은 145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조 원 줄었다. 정부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이 87조 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 원 급감한 결과다. 부동산 거래가 줄고 기업 실적과 내수 경기가 나빠지며 소득세(-7조 1000억 원), 법인세(-6조 8000억 원), 부가가치세(-5조 6000억 원) 등 주요 세목이 모두 타격을 받았다.
세금 외(세외) 수입도 1년 전보다 3조 6000억 원 줄었다. 올해 한국은행 잉여금 정부 납입금이 지난해보다 3조 7000억 원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한은은 외화 자산(외환보유액)을 굴려 수익을 내고 남은 돈을 정부에 낸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한은의 자산운용 실적이 악화하며 정부 납입금 역시 지난해 5조 5000억 원에서 올해 1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정부 씀씀이를 보여주는 총지출은 186조 8000억 원으로 16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예산 부문은 코로나19 위기대응 사업을 중심으로 지출이 5조 1000억 원 줄었다. 기금 부문에서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종료 등으로 빠져나간 돈이 11조 6000억 원 감소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1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54조 원 적자였다.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8조 5000억 원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58조 2000억 원이다. 올 들어 불과 3개월 만에 연간 전망치의 약 93%에 달하는 적자가 쌓인 셈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세수 상황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일정상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은 월별 등락이 심한 편"이라며 "구체적인 관리재정수지 규모는 연말 결산까지 상황을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053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2월(1061조 원) 대비 7조 4000억 원 줄었지만 지난해 결산 채무(1033조 4000억 원)와 비교하면 20조 2000억 원 불었다. 1년에 한 번 산출되는 지방정무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34조 2000억 원으로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가채무는 1134조 40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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