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10% 넘게 줄어들며 15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올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는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144억 8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역시 5.7% 줄어들었지만 수출 감소 폭이 더 두드러지며 무역수지는 41억 69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마이너스이며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94억 1200만 달러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지난해(472억 3000만 달러 적자)의 62.3% 수준이다.
끝없는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반도체 부진이 뼈아프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9% 줄어들며 월간 기준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석유제품(-40.1%), 정밀기기(-10.1%), 선박(-49.3%) 등의 수출도 줄었다. 승용차(125.8%), 자동차부품(7.8%)이 갑갑한 우리 수출의 숨통을 틔웠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14.7% 쪼그라들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출 감소 폭은 전달(26.5%)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이 외 베트남(-9.0%), 일본(-4.5%), 대만(-56.6%) 등도 줄었다. 반면 미국(8.9%), 유럽연합(EU·11.5%)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미국·중국 사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안미경미(안보도 경제도 미국) 노선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이달 1~1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10억 53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 들어 누적 대중 무역적자는 111억 19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대한상의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대중 수출 회복 시점을 조사한 결과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40%)’ ‘내년에야 회복 가능할 것(27.3%)’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예년 수준의 회복은 어렵다(17%)’는 부정적 답변이 84.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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