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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사 일반약 판매' '약사 한약 조제' 싸고 옥신각신

[직역갈등에 멍드는 보건의료] <5·끝>약사 vs 한약사

법 규정 없어 유권해석 오락가락

공수 바꿔가며 수십 년째 신경전

20개 보건 직역 얽히고설킨 구조

사회적 논의 통해 합의 도출해야

대한한약사회 주최로 2019년 12월 열린 첩약보험 시범사업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둘러싼 신경전은 1994년 한약사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약사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보건 당국의 유권 해석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지다 보니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는 약사의 한약 제제 조제를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1일 보건 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초 한약 제제 구분 등을 요청하는 정책 건의서를 당국에 전달했다. 보건복지부가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해야 함에도 한약 제제가 구분 안돼 있다는 이유로 조치하지 않고 있다는 게 대한약사회의 주장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약국 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해야 한다. 해당 조항을 놓고 올해 초 당국은 한약사가 일반약을 판매할 수 있는데 ‘면허 범위’ 조제 조항을 감안할 때 면허 범위 일반약 판매가 가능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입장이 일관되지는 않았던 당국의 최근 유권 해석을 인용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과연 어디까지가 면허 범위 일반약이냐는 문제다. 현행법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약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은 구분하고 있지만 일반약을 한약 제제와 한약 제제가 아닌 약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면허 범위 구획과 한약 제제 구분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와 관련해서는 약사가 ‘공격’, 한약사가 ‘수비’ 하는 입장이지만 약사의 한약 제제 판매 및 조제를 놓고는 공수가 서로 뒤바뀐다. 한의약 분업을 요구하고 있는 한약사 단체는 약사 단체의 논의 참여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약사의 한약 제제 임의 조제는 불법이라고 강조한다. 일부는 약사의 쌍화탕 등 한약 제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일반약을 둘러싸고 약사와 한의사가 충돌하고 있다면 전문약을 놓고는 의사와 한의사가 직역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한의원이 리도카인을 약침 등에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증거를 수집한 후 경찰에 고발했다. 한의사가 한약 제제가 아닌 일반약이나 전문약을 처방 사용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전문약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약사법 내에서 근거를 찾기 힘들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한의사의 전문약 처방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직역 갈등은 이해 관계자의 타협을 기반으로 정책과 입법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0개에 달하는 보건의료 직역은 얽히고설킨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해 관계자간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변화한 환경과 직역 직무를 반영해 직무 범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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