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이후 일상이 다시 한 번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구독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끊는 대신 근교로 나들이를, 배달 횟수를 줄이는 대신 포장이나 외식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대체하기 어려워진 습관도 있다. 4990원에 편리함을 살 수 있는 쿠팡이다. 국민 3분의 1이 쿠팡을 이용한 경험이 있고 한국의 터줏대감 e커머스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단일 e커머스 기업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월별 멤버십 구독료 4990원을 내면 한 달에 몇 번을 주문하든 배송료가 없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수년 전만 해도 쿠팡의 경영 방식에 대해 무모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쿠팡을 필두로 구독형·선불형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쿠팡을 제외하면 흑자를 내거나 지속 가능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리오프닝 이후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역성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쿠팡을 포함한 대부분 기업은 매출이나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 광고·판촉비를 지출한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매출이 증가할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온라인 채널에 대한 성장성이 주목받아 시장의 관심이 크고 자금 조달이 원활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해진 반대 급부로 온라인 거래는 줄고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매출 증가세로 증명하던 기업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운영 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다.
후발 주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사업 부문의 매출 호조는 락인 효과 및 객단가 상승이 핵심이다. 쿠팡의 충성 고객으로 볼 수 있는 와우 멤버십을 구독하는 회원 수는 지난해 말 1100만 명으로 200만 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멤버십 비용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나 올랐지만 고객 이탈이 없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사실 멤버십 비용 증가분은 무료 배송 2회에 드는 비용보다 적어 경제성과 편리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멤버십 고객이 200만 명 증가하는 동안 일반 고객 수는 18만 명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객단가는 2021년 283달러에서 2022년 294달러로 4% 상승했다. 쿠팡을 통한 인당 지출 비용이 증가한 것은 체리피커가 적고 충성 고객이 많다는 뜻으로 흑자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유통 업계에서 쿠팡이 진정한 ‘메기’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영업 흑자 지속과 자회사 쿠팡파이낸셜과의 시너지, 대만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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