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누적된 의사 부족 현상이 의료 서비스 질을 낮출 뿐만 아니라 간호사의 업무를 과도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급 환자 진료 공백이나 의사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까지 낳았다.
12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올해 1월 조합원 4만8049명(전체 조합원 8만323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78.6%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의사 부족에 대한 문제점(복수응답)은 대부분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요약된다. ‘길어진 진료 대기시간’을 꼽은 응답자가 7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사 업무 과중(65.8%), 짦은 진료 시간(63.2%), 의사의 설명 부족(61.3%) 순이다.
눈여겨 볼 점은 단순 치료 공백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상황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54.2%는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44%는 ‘시술이나 수술 연기 또는 취소 상황이 있었다’고 답했다.
의사 부족은 병원 내 직장 문화도 멍들게 했다. 38.6%는 ‘의사의 비위나 성희롱, 폭행 등 징계 사유가 있어도 징계를 못 한다’고 우려했다. 의사 부족이 간호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35%는 ‘갑질을 감내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74.1%는 ‘최근 3개월 간 이직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43.2%는 이직 고려 사유 이유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를 꼽았다. 42.5%는 장시간 근무를 했고 57.3%는 연차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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