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미국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바이오·제약부터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등 20여 개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펼쳤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중대 기로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신사업 전략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2일간의 미국 출장 기간 동부의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를 횡단한 뒤 이날 새벽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20명 넘는 글로벌 기업인들을 연이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가논을 비롯해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존슨앤드존슨 △BMS 등의 기업도 회동 목록에 포함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출국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뒤 곧바로 현지 비즈니스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22일간의 출장은 이 회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래 역대 최장 기간이다. 앞서 출장 초기 이 회장이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 전문 투자사를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출장 기간 동안 이 회장은 매일 한 명 이상의 ‘빅샷’을 만나는 강행군을 통해 팬데믹으로 단절됐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이번 출장에서 AI 분야 주요 기업인 및 전문가와의 교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AI 활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폭넓게 논의했다.
이 회장은 2018년 유럽·북미 출장에서도 AI 분야의 글로벌 석학들과 교류했으며 AI 핵심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현재 삼성은 전 세계 7개 지역에서 AI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 AI 포럼 등을 통해서는 글로벌 기업과 학계 전문가들과 혁신 성과 공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이 삼성의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고 ‘뉴 삼성’ 비전의 기틀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에 미국에서 만난 기업인들이 AI, 전장용 반도체,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이재용 회장이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점찍고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글로벌 ICT 시장의 불황 속 미래 성장사업을 새 주력 먹거리로 길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AI, 바이오, 전장용 반도체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미국 기업이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사업의 존폐를 가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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