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 관련 의혹과 관련해 뒤늦게나마 윤리 감찰을 긴급 지시한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을 더 방치하면 당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가뜩이나 재테크 문제에 민감한 청년층 지지율이 이번 의혹으로 급감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중 암호화폐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추가 의혹까지 드러나자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김 의원을 지켜주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이 암호화폐 이상거래 논란에 대한 해명 자료를 발표한 8일 이후에도 새로운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법무부에 책임을 따져 묻던 지난해 11월 7일 법사위 소속인 김 의원이 암호화폐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법사위는 당일 오후 2시 17분 시작돼 6시 56분에 종료됐다. 해당 시간 중 정회 시간은 4시 26분부터 4시 59분 사이뿐이었다. 한데 김 위원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지갑 ‘클립’ 거래 명세 등을 보면 김 의원은 오후 6시 48분쯤 암호화폐인 위믹스 코인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위믹스 외 또 다른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코인인 ‘마브렉스’ 거래다. 마브렉스는 국내 게임 회사 넷마블(251270)이 게임 머니 거래용으로 발행한 코인이다. 클레이튼 블록체인 탐색기 ‘클레이튼스코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말 마브렉스를 9억 7000만 원가량 사들였다. 마브렉스가 국내 거래소 빗썸에 상장하기 직전 대규모 매입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내부자 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김 의원이 4개의 계좌에 암호화폐를 보유했고 ‘에어드롭’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무상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해 게임 회사의 로비 여부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드롭은 암호화폐거래소나 발행 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신규 암호화폐를 무료로 주는 것을 뜻한다. 조사단 팀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드머니(종잣돈)’가 어떻게 조성됐는지가 관심 사안인 만큼 그것(의 규명)까지 나가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20대 대선 당시) 게임 공약을 검토할 때 출처 모를 수많은 P2E 합법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사행성 게임에서 P2E만 제외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히며 게임 업체의 입법 로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김 의원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던 무렵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처벌 범위를 넓히는 데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실은 추가 이해충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을 기점으로 청년층 지지율이 급감하며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민주당에 대한 18~29세 지지율은 19%로 직전 조사(31%) 대비 1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30대 지지율도 42%에서 33%로 9%포인트 내렸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김 의원 의혹을 ‘김남국 코인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국회의원의 암호화폐(코인) 보유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자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의원은 이해충돌 의혹 중 하나인 코인 과세 유예 법안뿐만 아니라 코인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에 참여했다”며 “김남국 코인 게이트가 검찰의 강제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 시민단체가 김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 과정의 위법행위에 대해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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