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차액결제계좌(CFD) 반대매매 쇼크가 또다시 증시를 덥쳤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와이피엔에프(104460)와 코스피 상장사인 신대양제지(016590)가 하한가로 추락했습니다. 이번에도 SG증권 CFD 계좌에서 매도가 쏟아진 탓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이 CFD 계좌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반대매매 공포에 증시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2주 사이 2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SG사태 후폭풍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반대매매 속출 신호탄일까…DYPNF·신대양제지 추락
CFD 반대매매가 우려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12일이었습니다. 디와이피엔에프의 주가는 당일 가격제한폭인 29.93%(1만 2300원) 하락한 2만 88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장 시작 5분 만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한가로 주저앉았죠. 또 다른 코스닥 업체인 신대양제지 역시 같은날 24.6%(2030원) 급락한 621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두 종목 외에 증시에서 20%대 하락률을 기록한 종목은 없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한 증권사 창구에서 매도가 쏟아진 탓으로 분석했습니다. CFD 계좌에서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입니다. 두 종목의 매도 거래원으로는 외국계 증권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디와이피엔에프는 SG증권(12만 1024주)이 매도 4위를 기록했고, 신대양제지는 모건스탠리(105만 주)와 SG증권(64만 주)이 각각 1위와 4위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모두 CFD 거래를 많이 하는 증권사입니다.
이들 종목은 보름 전 폭락한 8개(대성홀딩스(016710), 선광(003100), 삼천리(004690), 서울가스(017390), 세방(004360), 다우데이타(032190), 하림지주(003380), 다올투자증권(030210)) 종목과 같이 유통주식비율이 낮고 신용융자비율이 높았습니다. 최근 2~3년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점도 비슷했습니다. 신대양제지 주가는 2020년 3월 4500원대에서 하한가 직전 82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신대양제지도 7500원대에서 4만1000원대로 5배 이상 뛰었습니다. 디와이피엔에프의 유통주식비율은 19%에 그치고 신대양제지도 36% 정도입니다. 국내 증시 평균 유통주식비율이 5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죠.
실제 증권가에서는 디와이피엔에프에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의 ‘반성문’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반성문에서 해당 주주는 “디와이피엔에프를 저평가 상태로 보고 레버리지(차입 거래)를 사용해 투자하다가 반대매매를 당했다”며 “과욕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게 생각하고 피해를 본 다른 투자자와 회사 측에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디와이피엔에프 측은 “개인 주주 물량이 반대매매로 쏟아져 주가가 급락했다”며 “회사 내부에 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습니다.
증권가는 급락한 두 종목이 CFD 반대매매 속출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위원회가 CFD 계좌를 전수조사하고 거래 패턴을 촘촘하게 감독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하한가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CFD 장려하던 증권사…미수채권 후폭풍 우려
하한가 2차 충격의 뇌관으로 지목된 CFD는 종잣돈의 2.5배까지 주식에 투자한 뒤 나중에 시세 차익만 정산하는 고위험 파생 상품입니다. CFD 투자자는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가 주식을 사고파는 차명 거래에 가깝죠. 이 때문에 이번 SG발 주가조작 사태의 작전 세력이 노출을 피하려고 CFD 계좌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CFD 시장은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습니다. 투자 문턱이 낮아진 점도 한몫했죠. 금융 당국이 2019년 고위험 CFD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 자격을 투자금 5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낮추자 CFD 참여자가 3000명에서 2만 4000명으로 늘고 한 해 거래 규모가 2019년 8조 원대에서 2021년 70조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번 반대매매 사태는 CFD로 레버리지 투자를 장려하던 증권사에도 부메랑이 될 전망입니다. SG증권이 손실 정산을 거래 증권사에 개별적으로 청구하면 이 증권사는 다시 CFD 고객에게 정산을 요청하게 됩니다. CFD는 투자자의 증거금을 넘는 손실에 대해 증권사가 미수채권의 회수 책임을 떠안습니다. 잇단 하한가로 반대매매 물량을 청산조차 못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죠.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CFD는 13개사가 영업 중으로, CFD 잔액은 교보증권(6131억원), 키움증권(039490)(5181억원), 메리츠증권(3409억원), 하나증권(3394억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증권사의 구상권 청구 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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