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들의 ‘쇼핑 리스트’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의 전통을 내세운 소품이나 화장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패션이나 먹거리까지 품목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복 입고 도심을 거닐며 먹거리를 즐기고, 돌아갈 땐 한국에서만 파는 외국 브랜드 의류와 틱톡에 등장한 인기 화장품을 사가는 게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의 ‘알짜 여행 쇼핑’ 행태다.
14일 삼성물산 패션에 따르면 올 1~4월 ‘아미’와 ‘메종키츠네’의 외국인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2000% 증가했다.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국인 구매 비중도 각각 30%, 40%를 넘어섰다. 국가별 구매 비중을 살펴보면 메종키츠네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이 6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20%), 중국(6%), 미국(3%) 등의 순이다. 아미와 메종키츠네는 국내에서 일명 ‘신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다. 외국 브랜드를 한국에서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K콘텐츠 열풍 효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남호성 삼성물산 패션 아미 팀장은 “아미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에 매장이 없는 데다 K팝 아이돌이 입는 패션을 보고 같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상품과 세금 환급 등 가격 강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메종키츠네는 지난달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골프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고, 아미는 매 시즌 독점 상품인 ‘아미 하트’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디즈니가 이렇게 싸? 다이소에 열광하는 중국인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는 디즈니 협업 상품이 외국 관광객에게 불티나게 팔린다.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부터 도시락통까지 다양한 상품을 1000~2000원에 저렴하게 판매하자 중국 관광객들이 상자 단위로 사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달 명동역점에서 디즈니 캐릭터 상품 매출액은 같은 기간 타 지점 대비 30배 이상 많았다. 다이소 관계자는 “디즈니 캐릭터 용품의 높은 가성비에 외국 관광객의 선호도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틴트에 마스크팩까지…K뷰티 성지된 명동 올영
명동에 위치한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은 방한 외국인들의 ‘만남의 광장’이 됐다. 과거에는 ‘설화수’나 ‘후’ 등 한방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면세점으로 몰려갔다면, 현재는 외국에서 10~20대들에게 잘 알려진 K뷰티 상품을 구매하려 올리브영에 간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 3월 명동 내 5개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9배나 뛰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영미권 고객 인기 상품 1위는 ‘조선미녀’의 선크림이 차지했다. 내국인에게 생소한 조선미녀는 틱톡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 ‘숏폼’ 마케팅으로 잘 알려진 K뷰티 브랜드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의 올 1~3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1~3월과 비교해 9배가량 늘었다.
엔데믹 맞아 외국인 관광객 폭증…유통가 “환영”
올 1분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수는 14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방한 외국인들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알짜 고객으로 통한다. 여행객인 만큼 1인당 구매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3월 14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한국 관광을 마치고 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 지출 규모는 평균 968달러(약 129만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광객은 화장품·향수(75.8%)를 가장 선호했고 일본과 미국은 각각 식료품(41.9%), 의류·피혁류(43.4%)를 많이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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