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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0% 뛴 설탕·밀가루, 내달 또 오른다

[다시 불붙은 식량위기]

■국내 식탁물가도 직격탄

엘니뇨 우려로 국제 가격 상승에

CJ 등 내달 10% 추가인상 통보

정부 압박 등에 소매 제외됐지만

재고 떨어지면 연쇄 인상 불가피


지난해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식탁 물가가 또 하나의 초대형 악재에 직면할 처지에 놓였다. 하반기 역대급 엘니뇨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공식품과 농산물 가격이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푸드플레이션(푸드+인플레이션)’으로 시름이 깊어진 가계와 식품 기업에 최악의 시니라오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설탕 값은 11일(현지 시간) 기준 톤당 705.30달러로 연초 대비 29% 뛰었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국 수확량이 올 하반기 강한 엘니뇨 탓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불안한 것은 설탕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폭등했던 밀가루 가격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인도는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이지만 엘니뇨의 영향으로 6~9월 강우량이 급감할 경우 수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에도 몬순 기간 강우량 부족으로 곡물 생산이 줄어들자 밀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어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밀 공급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

국제 설탕·밀 가격 폭등의 여파는 국내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설탕과 밀가루 가격, 그리고 이를 핵심 재료로 사용하는 과자류와 음료 등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은 이미 지난해 한두 차례 오른 상태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국내 설탕·밀가루 주요 공급 업체들은 20~30% 가격을 올린 바 있고 월드콘·죠스바·메로나·가나초콜릿(20%), 빼빼로·꼬깔콘(13.3%) 등 일반인들이 즐겨 찾는 과자·아이스크림 등의 소비자가격도 두 자릿수나 뛰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대한제당 등 3사는 최근 식품 업체들에 가격 추가 인상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마다 계약 기간과 내용이 다르지만 대부분 다음 달쯤 10% 안팎의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소매 제품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공식품의 재료 비용이 올라가는 셈이기에 추가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식품 업체들은 정부의 가격 동결 요청과 여론의 역풍 우려 등으로 인상을 자제하고 있지만 하반기 미리 구매해둔 비축분이 한계에 달하고 강력한 엘니뇨가 몰려온다면 우려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제당 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당 가격 상승이 원가에 반영되기까지 평균 6~8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현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부터 이상기후로 값이 뛴 대파·청양고추·양파 등 각종 농산물 수급이 더 악화하는 한편 사료(곡물) 공급 차질로 축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한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9%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보다 2배 높았다.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는 각각 23개월, 17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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