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0%를 넘은 가운데 금융 당국이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상각 확대, 대출 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나섰다. 증권사들의 6월 결산을 앞두고 PF 관련 재무 건전성 관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17일 금융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 달 들어 ‘부동산PF 대출 대손상각 관련 유의 사항’이라는 공문을 모든 증권사에 전파해 이 같은 조치를 촉구했다. 공문에는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중 ‘추정 손실’로 분류한 채권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대손 상각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6월 말 반기 결산 시점을 고려해 가능한 이달 내 관련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금감원의 ‘금융기관 채권 대손 인정 업무세칙’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이 추정 손실로 분류된 때에는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 조속히 상각 처리해야 한다. 채권의 손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때 상각해 연체 대상에서 빠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금융회사 채권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로 나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국내 증권사 35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이 같은 방침을 전했고 조만간 이를 재점검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이와 함께 통상 만기가 3개월인 단기 PF ABCP를 장기성 대출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단기자금 시장 경색 국면에 들어서면 증권사들이 보증한 PF ABCP에 대한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존 규정이 정한대로 조속히 대응해 달라는 의미” 라며 “증권사들에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부동산 PF 관련 부실 털기에 속도를 내는 건 최근 증권사들의 관련 연체율이 두 자릿수로 치솟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8.2%에서 2.2%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2020년 말과 2021년 말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이 각각 3.4%, 3.7%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유독 급상승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2020년 말 1757억 원, 2021년 말 1690억 원이었다가 지난해 9월 말과 연말 3638억 원, 4657억 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부실 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020년 말 5.5%, 2021년 말 5.7%에서 지난해 9월 말과 연말 기준 10.9%, 14.8%로 껑충 뛰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2020년 말 2877억 원, 2021년 말 2591억 원, 지난해 9월 말 4842억 원에서 지난해 12월 말 6638억 원으로 늘었다. 이는 은행·카드·보험 업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위험 신호라는 게 윤 의원실의 설명이었다.
윤 의원은 “증권사의 부동산 PF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금융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숫자라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