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굴·전복 등 일부 수산물을 ‘수출 전략 품목’으로 키운다. 해당 수산물을 집중 육성해 2027년 품목별 수출액을 1억 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면 정부의 수출 전략도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1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글로벌 시장 선도 K블루푸드 수출 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수산 식품 수출 45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수산물 수출은 2018년 23억 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1억 5000만 달러로 최근 5년 새 약 32.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수출액(31억 5000만 달러)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송상근 해수부 차관은 “수산식품 산업이 수출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전략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연간 수출액이 1억 달러가 넘는 수산물 ‘스타 품목’을 2027년 5개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구상을 내놓았다. 현재 스타 품목은 김·참치 등 2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굴·전복·넙치 등 3개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송 차관은 “수산물 수출의 지속적 확대를 위해서는 주력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향성도 제시했다. 굴의 경우 중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을 목표로 부가가치가 높은 개체굴 양식을 지원하는 식이다. 외식용 냉동굴 소비가 활발한 일본·태국 기업 간 거래(B2B)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전복은 대만·베트남(선물 및 외식용 활전복), 홍콩·태국·싱가포르(가공품) 등 국가별 수요에 맞춰 해외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넙치는 EU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신시장 진출을 목표로 필릿, 가정간편식(HMR)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고 식품 인증을 지원한다.
문제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정부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올 7월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 시 일본산 수산물은 물론 인접국인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해수부 관계자도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당장 내수 시장만 놓고 봐도 국내 수산물 소비는 오염수 방류 직후 40~50% 가까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주연구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83.4%)은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소비를 줄일 경우 평균 감소 폭은 46.7%로 분석됐다.
일각에서 정부가 수산물 수출 전략을 마련한 배경 중 하나로 오염수 방류를 꼽는 것도 그래서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업인 소득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수출을 극대화해 이를 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단 해수부 측은 “수산물 수출 전략은 오염수 방류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가 굴·전복 등 수산물까지 수출 전략 최전선에 내세운 것은 그만큼 대내외 경기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특히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의 품목과 중국·아세안으로의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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