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올 1분기 레저용차량(RV) 평균 가격이 해외에서 약 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효과에 더해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현지 공장은 모두 풀가동 상태에 돌입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외에서 팔린 현대차 RV의 평균 가격은 올 1분기 6621만 원으로 전년 대비 5.5%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판매가가 6000만 원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아의 경우 5405만 원으로 6.2% 올랐다.
반면 한국에서는 평균 판매가 상승 폭이 미미했다. 현대차의 국내 RV 평균 가격은 각각 4640만 원에서 4674만 원 올랐고 기아는 4356만 원에서 4394만 원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시장의 경우 환율 영향으로 국내 시장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환율 효과와 함께 비싼 차종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미국에서는 준대형 SUV인 기아 텔루라이드 판매량이 2만 7000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23% 증가했다. 기아 스포티지도 미국 시장에서 저가 트림 선택 비중이 2021년 80%에서 올 1분기 7%로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상위 트림 선택 비중이 높아졌다. 텔루라이드 생산 물량을 확대하는 등 고수익 차종 판매를 강화하겠다는 게 기아의 구상이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올 1분기 판매량은 총 1만 3769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36%나 뛰었다. 지난해에는 해외 판매량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나왔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5만 6410대를 팔아 일본 닛산의 고급차 인피니티(4만 6619대)를 제쳤다. 3월 글로벌 누적 판매 90만 대를 돌파한 제네시스는 3분기 중 100만 대 고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성장세도 견조했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유럽 판매는 28만 2193대로 전년 동기보다 4.7%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투싼·스포티지 등 SUV 차종을 가장 많이 팔았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1분기 합산 매출 61조 4693억 원, 영업이익 6조 466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10.5%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14.9%), BMW그룹(12.1%), 테슬라(11.4%)에 이어 영업이익률 4위로 대중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2.1%로 테슬라에 앞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유럽에서 공장을 바쁘게 돌리며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주요 해외 공장 가동률은 올 1분기 기준 모두 100%를 넘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체코 공장은 각각 101.3%, 103.4%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92.5%, 97.7%였다.
기아의 미국·유럽 공장도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다. 미 조지아주 공장과 슬로바키아 공장은 올 1분기 각각 101.9%, 99.3%의 가동률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수출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특근을 실시하며 가동률을 높였다. 현대차와 기아 국내 공장 가동률은 각각 112.9%, 107.3%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2%포인트, 19.5%포인트 올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생산에 어느 정도 차질이 생겼는데 올해부터는 해소되는 분위기”라며 “통상 1분기가 자동차 비수기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부터 공장 가동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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