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는 ‘불효자 양성법’입니다. 그동안 부모를 모시지 않다가 유언장에 쓰여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분쟁을 유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청구인 측 대리인)
“유류분 제도가 없다면 상속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속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봉쇄돼 갈등이 악화될 것입니다.”(법무부 장관 측 대리인)
헌법재판소는 1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A 씨 등이 “민법상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과 피청구인 법무부 장관 측 대리인 간에는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현행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 및 수증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현행 유류분 제도는 특정인에게 유산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상속자들이 일정 비율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양측은 유류분 산정 시 기초재산에 증여나 유증의 목적이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산해 반환 대상으로 정하는 것이 상속제도의 본질 및 공익에 반하는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청구인 측은 1979년 유류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시대가 변해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유류분 제도는 유족의 생존권 보장이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등 전근대적인 공익을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며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에 유대 관계가 단절된 경우까지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류분 제도 역시 호주제와 간통죄 폐지처럼 사회 환경과 가족상이 변화됨에 따라 제도의 위헌성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법무부 장관 측은 “유류분 제도는 사망자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중 일부는 공평하게 분배하게 해서 가족 간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게 하고 상속 차원에서 갈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며 “유류분 제도가 없다면 상속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유류분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한 점도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유로 들었다.
최근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점에 대해서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법무부 장관 측은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늘어난 것은 유언으로 상속재산 처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상속재산 배분이 불합리하면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데 유류분 제도는 완충장치로 그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그동안 부모를 모시지 않다가 사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분쟁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A 씨는 시어머니인 B 씨가 생전 자신과 자녀들에게 증여한 부동산에 대해 B 씨의 딸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B 씨의 딸들은 “유류분 제도에서 보장한 만큼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다”며 차액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1심에서 A 씨가 패소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청구인인 C 장학재단은 생전 공익재단을 설립한 뒤 자신의 재산을 재단에 유증한 설립자의 자녀들로부터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당한 피고 측이다. 헌재는 양측 의견을 토대로 유류분 제도가 위헌인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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