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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불황에도 'D램 초격차'…생산성 20% 높여

■12나노급 DDR5 첫 양산

EUV 공정으로 원가 줄이고

소비전력 23% 개선, 효율 UP

1초에 30GB 영화 2편 처리

"하반기 메모리 교체 수요 선점"

삼성전자 12나노급 D램 칩.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1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D램 양산을 시작하며 반도체 ‘초격차’ 기술 수성에 나선다. 원가 절감 및 성능 향상으로 만든 D램으로 DDR5 시장을 선점해 조만간 찾아올 호황 사이클에 올라탄다는 전략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6Gb(기가비트) 용량의 12나노급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이번에 양산하는 메모리 제품은 생산성이 20% 향상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D램 생산성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 안에 있는 정보 저장 공간 면적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전기 알갱이 이동을 제어하는 트랜지스터 폭을 기존 14㎚에서 12㎚대로 줄이면서 한 개의 웨이퍼 위에 더 많은 기억장치를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웨이퍼당 더 많은 D램을 만들수록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정 중 발생하는 원가도 줄였다. 2020년 3월 업계에서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D램에 적용한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도 이 기술을 확대 적용했다. EUV는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 모양을 빛으로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서 활용되는 광원(光原)이다. EUV 파장은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파장보다 14분의 1 짧은 13.5㎚다. 미세한 회로를 더욱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 수를 줄일 수 있어 시간은 물론 물리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D램의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이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 전력은 약 23% 개선됐다. 삼성전자 측은 “12나노급 D램을 활용하는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D램 속에서 디지털 신호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커패시터의 용량도 늘렸다. 삼성전자는 커패시터에 전하를 붙잡는 능력이 좋은 고유전율 소재를 새롭게 입혀 데이터의 손실을 최소화했다. D램 정보처리 속도 역시 빨라졌다. 삼성전자의 12나노급 D램은 초당 최대 7.2Gb 속도를 지원한다.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2나노급 D램 개발 완료를 발표한 후 5개월 만에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최근 글로벌 물가·금리 상승으로 인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에도 최첨단 D램 양산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빙하기 이후 찾아올 호황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새로운 D램 규격인 DDR5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것에 주목한다. 각 IT 기업들이 서버와 PC 등에 DDR5 D램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교체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전체 D램 시장에서 올해 DDR5 D램 비율은 12%에 불과하지만 2024년 27%, 4년 후인 2027년에는 52%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뛰어난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 전략으로 신규 D램 시장을 휘어 잡으면서 글로벌 시장의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매서운 기술 추격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번에도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강화로 일찌감치 첨단 D램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 수요에 맞춰 12나노급 D램 제품군을 지속 확대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차세대 컴퓨팅 등 다양한 응용처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미 12나노급 D램은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회사 AMD에서 호환성 검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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