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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가 황제' 다이먼, 내달 초 전격 韓방문…"초대형 투자사업 협의"

5년 만에 방한…다보스서 만난 '尹대통령 재회' 여부 관심

전세계 최대 은행 이끌며 외국인의 한국 투자에 영향력 커

6월 5일 금융지주 회장 및 국내 대형기관 등과 투자 협의도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내달 초 한국을 전격 방문한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방한하는 다이먼 회장은 국내 일부 금융지주 회장과 대형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한국 경제 및 시장 동향을 논의하며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이 6월 5일을 전후로 서울을 방문해 한미간 주요 투자 사업들을 챙긴다. 다이먼 회장이 이번 방한을 짧게 계획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1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다이먼 회장 등을 만났는데 당시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이라며 "앞으로 한국 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이먼 회장도 윤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다" 면서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어도 직업윤리, 교육, 엔지니어링 기술, 개방성으로 아일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성공적인 국가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은 가능성의 나라"라고 화답했다.

다이먼 회장의 방한 일정은 3월 JP모건의 아시아태평양 부회장으로 승진한 박태진 JP모건 한국 회장이 총괄해 용산 대통령실 및 재계 고위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이먼 회장의 방한 일정을 JP모건이 직접 용산에 타진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획재정부와 조율하진 않았다” 면서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과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와의 만남은 예정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전했다. 다이먼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는 국내외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국내 기관들과는 해외 대형 투자에 파트너로서 함께 참여하는 것을 심도있게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겸 CEO/연합뉴스




JP모건은 현재 자산 3조 7000억 달러, 예금 2조 5000억 달러를 보유한 전세계 최대 은행이다. 1799년 투자은행인 JP모건으로 출발해 2000년 상업은행인 체이스 맨해튼과 합병한 뒤 JP모건 체이스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 등 주요 부실 금융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이후 자산과 예금 규모 등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나 웰스파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런 JP모건을 이끄는 다이먼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월가의 황제'로 통하며 15년 넘게 세계 금융시장의 리더로 군림하고 있다. 터프츠대 졸업 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시티그룹 등에서 일한 그는 2000년 미국 5위 은행인 뱅크원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돼 2004년 JP모건체이스와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6년 말 JP모건 회장에 오른 다이먼은 월가에 감원 피바람이 불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살아 남아 ‘금융위기 최후의 승자’라는 또 다른 닉네임을 얻었다.

최근 다이먼 회장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예금자와 시장의 불안을 수습하는 소방수로 활약했는데 이달 1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은행발 위기를 진화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SVB 파산을 전후로 다이먼 회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그의 위상을 세계 금융시장에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서 제이미 다이먼(오른쪽 세번째) JP모건 회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다보스=연합뉴스


다이먼 회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적지 않다. 1988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JP모건은 기업 금융 및 외화채권, 주식 위탁 운용 등 국내 진출한 외국계 투자은행 중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은 물론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및 대형 기관투자가들과 강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KIC는 미국에서 JP모건 등에 수탁기관 역할을 맡겼다.

JP모건이 금리 등 국내 금융·외환 시장 전반과 증시 흐름, 개별 종목 등에 대해 내놓는 보고서 역시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JP모건 출신의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순수 민간 출신 인사 중 처음으로 2018년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돼 활동했다.

다이먼 회장도 그동안 국내 정·관계 및 재계와 금융계 유력 인사들을 두루 만나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공유했다. 2008년과 2011년 청와대를 예방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갖기도 했으며 2013년 방문에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각각 만났다. 진승호 KIC 사장과는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만나 글로벌 투자 환경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며 투자처를 협의했다.

지난해 3월 JP모건은 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도)을 공동 주관했으며 계열 투자사인 JP모건시큐리티즈가 이를 사들이기도 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려 체결한 거래였다.

국내 기업 중에는 쿠팡·하이브(352820)·카카오페이(377300) 등의 상장을 JP모건이 주관하고, 이베이코리아 매각과 하이브의 이타카 인수, CJ E&M의 엔데버 인수 등을 자문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원하는 시간에 국내와 해외 간 원화 환전 서비스를 개방해 국경을 넘는 투자가 가능하도록 푸는데 해외 은행 중에서는 JP모건 등 소수에만 이를 허용했다.

IB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금융기관 수장들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다이먼 회장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를 듣고 싶어 한다"면서 "자산운용은 물론 앞으로 사업 기회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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