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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 가능성의 나라"…연기금·국부펀드와 파트너십 확대

◆'월가 황제' 다이먼, 내달 초 방한

글로벌 금융시장 리더로 15년

SVB 인수로 美은행發 위기 진화

'연준보다 더 연준같다' 평가 받아

외국인에 韓투자 나침반 역할

"韓, 자원 없이도 성공" 긍정 평가

국내 투자확대로 이어질지 주목

올해 1월 18일(현지 시간) 다포스포럼 행사 중 하나로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오른쪽 두 번째) JP모건 회장. 다이먼 회장은 다음 달 초 한국을 극비 방문해 한국투자공사(KIC)와 4대 지주를 찾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월가의 황제’ ‘제2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통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달 초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이먼 회장이 한국을 ‘가능성의 나라’로 평가하고 있고, 이번에도 한국투자공사(KIC)와 일부 금융지주 CEO들과의 만남을 진행하는 만큼 국내 투자 확대와 연기금·국부펀드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과의 파트너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현재 자산 3조 7000억 달러, 예금 2조 5000억 달러를 보유한 전 세계 최대 은행이다. 1799년 투자은행(IB)인 JP모건으로 출발해 2000년 상업은행인 체이스맨해튼과 합병한 뒤 JP모건체이스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 등 주요 부실 금융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이후 자산과 예금 규모 등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나 웰스파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JP모건을 이끄는 다이먼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월가의 황제’로 통하며 15년 넘게 세계 금융시장의 리더로 군림하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졸업 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씨티그룹 등에서 일한 그는 2000년 미국 5위 은행인 뱅크원의 CEO로 선임돼 2004년 JP모건체이스와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6년 JP모건 회장에 오른 후 월가에 감원 피바람이 불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살아남아 ‘금융위기 최후의 승자’라는 또 다른 닉네임을 얻었다.

최근 다이먼 회장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예금자와 시장의 불안을 수습하는 소방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달 1일에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은행발 위기를 진화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SVB 파산을 전후로 다이먼 회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그의 위상을 세계 금융시장에 재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연준 의장보다 더 연준 의장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이먼 회장은 한국에 대해 “자원 없이도 성공한 나라”라며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 1월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다”면서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어도 직업윤리, 교육, 엔지니어링 기술, 개방성으로 아일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성공적인 국가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은 가능성의 나라”라고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국내 정관계 및 재계와 금융계 유력 인사들과도 두루 만나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공유했다. 2008년과 2011년 청와대를 예방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고 2013년 방한 때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각각 만났다. 진승호 KIC 사장과는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만나 글로벌 투자 환경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며 투자처를 협의했다.



한국에서의 사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988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JP모건은 기업 금융 및 외화채권, 주식 위탁 운용 등 국내 진출한 외국계 IB 중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은 물론 국민연금과 KIC 및 대형 기관투자가들과 강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KIC는 미국에서 JP모



건 등에 수탁 기관 역할을 맡겼다.

지난해 3월 JP모건은 1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도)을 공동 주관했으며 계열 투자사인 JP모건시큐리티즈가 이를 사들이기도 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려 체결한 거래였다.

국내 기업 중에는 쿠팡·하이브·카카오페이 등의 상장을 JP모건이 주관하고 이베이코리아 매각과 하이브의 이타카 인수, CJ E&M의 엔데버 인수 등을 자문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원하는 시간에 국내와 해외 간 원화 환전 서비스를 개방해 국경을 넘는 투자가 가능하도록 푸는데 해외 은행 중에서는 JP모건 등 소수에만 이를 허용했다.

JP모건이 금리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 전반과 증시 흐름, 개별 종목 등에 대해 내놓는 보고서 역시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JP모건 출신의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순수 민간 출신 인사 중 처음으로 2018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돼 활동했다.

IB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금융기관 수장들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다이먼 회장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를 듣고 싶어 한다”면서 “자산운용은 물론 앞으로 사업 기회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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