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멈출 줄 모르는 대한민국 외식물가, 이번에는 소주다.
최근 자장면과 냉면을 비롯한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이어 주류업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이 6000원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소줏값이 또 한 번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월부터 주정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정이란 쌀이나 보리 등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소주의 주원료로, 대한주정판매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고환율 등으로 인해 주정 가격이 평균 7.8% 인상된 바 있다.
원가 100원 오를 때 식당서는 1000원 '껑충'…소줏값 1만원 시대 열리나
소주의 원료값이 오른 상황에서 소주 가격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업계는 정부의 가격동결 요청에도 이미 수입맥주와 위스키, 막걸리 업계 등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을 들며 소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소주업계가 출고가를 100원 올리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값은 1000원 이상 인상된다는 점인데, 이에 따라 하반기 소주 가격이 200원 가량 인상되면 식당가에 ‘1만원 소주’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 대부분 번화가 주점에서 소주를 6000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강남에서는 소주를 7000~8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포착되는 상황이다.
통상 소주 한 병의 가격구조는 절반 정도가 세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 원가가 550원이라고 가정하면 주세법에 따라 주세가 72%, 교육세법에 따라 교육세 21.6%가 붙는다. 부가가치세 10%까지 포함하면 1000원대 초중반에서 출고가가 결정된다. 여기에 중간 유통과정에서 붙는 물류비?인건비 등을 포함, 이렇게 만들어진 소주 한 병이 외식업체에서 판매될 때는 5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현재까진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회사들은 소주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언제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하고 있다.
입을 것도 마실 것도 없다…저녁식사+소주 한 잔에 지갑 '텅텅'
1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전년 보다 최고 13%가량 상승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삼계탕으로 작년 4월 1만4500원에서 지난달 1만6346원으로 1년새 12.7%가 올랐다.
자장면은 12.5% 오른 6915원, 삼겹살(200g 기준)은 11.4% 상승해 1만9236원까지 뛰었다. 이밖에 김치찌개 백반(8.6%), 김밥(7.4%), 냉면(7.2%), 비빔밥(6.9%), 칼국수(6.5%) 등 모든 조사 대상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 기준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외식 품목은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 칼국수, 김밥 등 4개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살펴보면 지난달 외식물가 지수는 117.15(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올랐다. 2020년 12월부터 29개월 연속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녁 식사에 반주까지 곁들이면 소비자들의 외식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식사·안주류에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외식업계 특성상 자영업자들이 대개 술값에서 이윤을 남기지만, 소줏값 인상이 가속화될 시 소비자들은 소주 한 병 주문도 쉽지 않아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기요금+최저임금 인상, 사장님도 "눈물납니다"
최근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된 부분도 외식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한다. 전기요금은 16일부터 ㎾h당 8원, 도시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올랐다. 식당 특성상 에어컨 가동과 가스 불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어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당장 지출할 비용 부담으로 외식을 줄이고 있지만,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외식업체에서도 가격을 올리면 아예 외식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매출을 줄이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식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영세 소상공인이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이 어렵다. 이 때문에 식재료, 인건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가격으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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