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상당수가 여전히 임원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지급을 유보할 수 있는 조항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3곳 등 8개 은행 중 회사 규정에 임원 성과급 환수·유보 조건을 모두 항목별로 상세히 마련한 곳은 KB국민은행 1곳에 그쳤다. 나머지 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및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 등 총 7곳은 환수 규정에 형사 처벌 등 핵심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유보 규정 자체가 없었다.
예컨대 카카오뱅크에는 임원에 지급되는 성과급을 유보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 카카오뱅크의 관련 규정은 ‘지급 확정 기간 중 전체, 소속팀 및 개인 업무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 지급 미확정 부분은 재산정할 수 있다’는 한 문장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경우엔 경영진의 비재무적 과실에 대해서는 환수 조항을 두지 않았고 농협은행은 내부 통제 규정 위반 등 구체적인 환수 사유를 적시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독기관 제재, 재무제표 허위 작성 등 환수 사유를 8개, 유보 사유를 4개씩 둔 것과 대조된다.
은행들의 성과급 환수·유보 규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금융 당국을 비롯해 금융권 안팎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적이 있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2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올해 3월 중순 진행된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5대 은행의 보수 체계 현황을 취합한 결과 일부 은행은 제재나 형사처벌, 재무제표 허위 작성 등을 환수 사유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보 사유에 대해서도 “일부 은행은 규정 또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일부는 제재 절차 진행 등을 유보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규정이 미비한 은행들은 회의에서 빠른 시일 내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두 달여가 지나도록 관련 규정들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며 아직 규정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 의원은 “지난해 고금리·고물가로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는 와중 은행들은 ‘이자 장사’를 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대규모 성과급을 챙겼다”며 “하지만 임직원이 형사 처벌을 받아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내부 통제 및 책임 경영을 이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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