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036460)의 달러 분할 매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전담하는 가스공사가 특정 시점에 대규모로 달러를 사들일 경우 외환시장을 흔들 수 있는 만큼 분할 매수로 변동성을 낮추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본지 4월 22일자 1·5면 참조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가스공사에 달러 분할 매수를 요청했다. 통상 매주 목요일에 집중된 가스공사의 환거래를 주 2~3회로 분산하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환거래가 매주 목요일로 쏠리면서 다른 날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목요일에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는 만큼 분할 매수는 가스공사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요청은 가스공사의 대규모 외환거래가 환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LNG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스공사가 외환시장에서 사들이는 달러 물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기재부가 올 3월 가스공사에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외환스와프 체결 의사를 타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기재부의 제안은 주주 반발 등을 고려한 가스공사의 거부로 결국 무산됐다.
가스공사는 이번 제안에도 여전히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를 분할 매수하면 환 리스크가 커지는 데다 내부 환거래 관련 정책을 손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환 헤지 차원에서 매주 목요일 정해진 환율로 금요일과 주말 LNG 거래대금용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목요일 집중 매수는) 회계상 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두고 정부와 가스공사 간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기재부는 LNG 가격 동향에 따라 올 하반기 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체결이나 달러 분산 매수를 다시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OPEC+의 감산 결정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맞물리면서 LNG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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