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입니다.”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17일 열린 SLL 타운홀 미팅에서 한 말이다.
‘D.P.’ ‘카지노’ ‘범죄도시’ ‘지옥’ ‘수리남’ ‘지금 우리 학교는’. 이제는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고 있는 대표적인 K콘텐츠다. 글로벌이 주목하는 K콘텐츠를 모두 만들어낸 이 제작사가 바로 ‘SLL’이다. SLL은 중앙그룹의 미디어 스튜디오로, 중앙홀딩스의 손자회사다. 모회사는 메가박스를 가지고 있는 콘텐트리중앙(036420)이다.
SLL은 15개 레이블을 보유한 대형 스튜디오다. 엄청난 수의 산하 레이블을 보유한 미국 디즈니와 닮았다. CJ EN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에도 디즈니와 비교되는 회사들이 있다. 다만 CJ ENM은 OTT 플랫폼 티빙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엔터는 뮤직·스토리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 제작·배급 등 ‘한 우물’에만 집중하는 SLL과는 차이가 있다.
SLL은 넷플릭스 등 세계 주요 OTT에 인기작들을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미국 제작사 ‘윕’을 1338억 원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나선다. 윕은 2024년 하반기부터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예정이다. 2020년 30.1%였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42.1%까지 늘었다.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몸값’은 올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거미집’은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SLL은 올해 34편 이상 작품 제작을 계획 중이다. TV 드라마도 강자다. 비지상파 채널 최고 시청률 1~3위인 ‘부부의 세계’ ‘재벌집 막내아들’ ‘스카이캐슬’이 모두 SLL의 작품이다.
기업공개(IPO)도 기대해볼 수 있다. 2020년 하반기 프리IPO를 통해 4000억 원의 외부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2000억 원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2020년 2402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780억 원까지 늘어나는 등 크게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150억 원에서 602억 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1분기에도 1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거액을 주고 인수한 윕도 아직 수익성을 검증받지 못했고,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 중이다.
SLL은 기획개발 프로세스 고도화와 시청층 세분화 전략을 구축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OTT 플랫폼과의 프리바이(제작 전 IP 판매) 계약을 확대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한다. 캡티브 작품의 동시 방영 비중은 지난해 67%에서 올해 88%로 늘었다.
OTT 판매 구조도 다각화 중이다. 파라마운트+·애플TV+ 등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OTT에게 권역별 분할 판매를 통해 유통 매출을 늘리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티빙을 통해 비독점 판매했지만 해외에서는 VIU에게 독점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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