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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선별수주·시장다변화·신사업' 결실…솔루션 기업 변신 순항

■퍼즐 완성해가는 대기업 <4> HD현대

수익성 증대 위해 수주 속도조절

LNG선 가격↑●3개월 연속 흑자

건설시장, 中시장 집중도 낮추고북미 등 신흥시장 매출 확대 노력

SMR·빅데이터·자율운항 등 투자

정기선 사장, 미래 산업 진두지휘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




“올해는 선별 수주로 수익성을 높이겠습니다.”

정기선 HD현대(267250) 사장은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수주 속도를 늦추겠다고 선언했다. 올 들어 선박 발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수주 물량을 전년 대비 20% 적은 157억 4000만 달러까지 내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그동안 물량을 중시해온 국내 제조업의 상식을 뒤집은 발언이었다.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규모의 법칙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여기서 이윤을 내는 게 그동안 국내 제조 기업들의 성공 법칙이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HD현대가 사업 방정식을 다시 쓰면서 글로벌 조선·기계 업계에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가 제조 기업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변신을 선언했다. 기존 주력 사업 분야에서는 자율운항·전기추진선박 등 신기술을 통해 세계 1위 조선 기업으로 자리를 굳히는 한편 신재생, 탄소 저감, 에너지 저장 등 신사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싸워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정 사장의 전략이다.

◇선별 수주로 흑자 행진=실제 HD현대 주력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수년간 이어온 적자의 수렁에서 탈출해 1년 가까이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는 해양 플랜트 하자 배상 소송 패소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190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를 빼면 3개 분기 연속 흑자다.

흑자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이 올 초 공언한 선별 수주 전략이 시장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글로벌 신조선가는 168.63으로 전년 대비 6.6%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벌크, 탱커, 컨테이너선 할 것 없이 모든 선종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 운반선 가격은 2억 5800만 달러(약 3427억 원)까지 올라 매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지역 다변화로 위기 대응=과감하게 주력 시장을 바꾸고 선제적으로 현지 투자에 나선 것도 올해부터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전년 대비 12%, 46% 오른 1조 2878억 원, 1526억 원을 기록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매출과 영업익도 5686억 원, 463억 원을 기록해 이 기간 각각 9.2%, 71%씩 증가했다.

건설기계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의 집중도를 낮추고 매출 지역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시장별 매출 비중을 보면 중국 시장은 2020년 45%에서 올 1분기 9%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선진 시장은 22.7%에서 35%까지 올랐고 신흥 시장도 17%에서 56%로 뛰었다. HD현대건설기계 역시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9% 감소했지만 북미 매출이 84% 오르며 실적을 견인했다.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송배전 시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은 수년 전부터 현지 시장에 선제적으로 들어가 사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법인을 설립하고 2019년에는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변압기 공장의 생산능력을 60% 확대했다.

◇거침없는 신시장 개척=다만 미래 숙제도 남아 있다. 핵심 사업부인 조선은 워낙 경기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생산성 향상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는 최근 중국 양지장조선에 차세대 메탄올 선박을 발주했다. 이 선종은 HD현대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분야다. 그룹의 미래 기둥이 될 사업을 지금부터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HD현대도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부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이다. 이 사업 분야는 특히 정 사장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테라파워와 원전 추진 선박이나 해양 SMR 단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와 HD현대의 디지털 전환 사업도 공동 추진한다. 자율운항 계열사인 아비커스는 글로벌 보트 전장 기업 레이마린과 함께 자율운항 기반 보트 상용화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 사장은 “우리의 비전 달성에 속도를 더해줄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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