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싱가포르에서 사모펀드를 무제한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현지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운용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달 26일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AS)에서 사모 자산운용업 라이선스인 ‘AI LFMC’를 취득했다. AI LFMC는 총 운용 자산(AUM) 규모, 개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인가다. KB운용이 2017년 KB증권의 싱가포르 법인을 인수해 운영한 지 6년 만이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는 고객 범위, AUM, 펀드 종류, 인력 기준에 따라 AI LFMC, RFMC, 리테일 LFMC 등 3가지 등급으로 구분한다. KB운용 입장에서 기존 RFMC 자격으로는 사모펀드의 AUM 규모를 2억 5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2470억 원)보다 더 키울 수 없었다. 펀드 개수도 15개 이내로 유지해야 했다. 최상위 등급인 리테일 LFMC까지 취득하면 사모펀드를 넘어 공모펀드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KB운용이 싱가포르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인도 등 주변 국가의 경제적 관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운용사의 아시아 헤드쿼터(본부) 소재지이기도 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9일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 유치를 독려한다는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골라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IR)를 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 싱가포르 IR 행사에는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도 동석했다.
KB운용은 이번 상위 인가 취득을 계기로 싱가포르 법인을 명실상부한 아시아 금융 허브로 삼고 펀드 수와 운용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KB운용 싱가포르 법인 인력은 펀드 운용역 3명, 담당 직원 2명으로 총 5명에 불과하다. 상품 역시 2017년부터 운용한 ‘맹그로브 펀드’가 유일하다. 맹그로브 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을 매수하고 하락할 종목을 공매도로 팔아 수익을 내는 롱숏펀드다.
KB운용 관계자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현지 인력을 늘릴 예정”이라며 “아시아 시장 분석·운용 노하우를 토대로 상품군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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