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 시즌을 거치면서 화학·건설기계 등 경기 민감주에 대한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가 가장 먼저 돌아서기 시작했다. 경기 악화로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화학·건설기계 등의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신규 인프라 투자 증가와 미국·중국 등의 수혜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2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계속 우하향하던 화학·철강·해운·건설기계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반전했다.
특히 경기 나침반으로 불리는 화학 업종의 반등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7600억 원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011170)에 대한 증권가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달 초 2249억 원에서 현재 4001억 원으로 78% 높아졌다. 효성티앤씨(298020)에 대한 영업익 추정치 역시 한 달 만에 3471억 원에서 4292억 원으로 23.6%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5위인 LG화학(051910)에 대한 눈높이는 4월 3조 3705억 원에서 3조 8439억 원으로 14% 상승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했음에도 주요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선방한 점이 화학 업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분기 10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됐던 롯데케미칼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일부 수요 회복만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262억 원에 그쳤다. LG화학 역시 증권가 추정치를 15% 넘는 79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 업계는 지연된 중국의 경기 회복이 점차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화학 업종이 집중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 이후 주요 기업들의 광고 지출 증가세가 뚜렷하다”며 “이는 경기 회복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세계적으로 늘어난 인프라 투자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건설기계도 실적 호전 전망이 늘고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3585억 원에서 4657억 원으로 한달 만에 30% 가까이 올랐고 HD현대건설기계(267270)(25.4%), 두산밥캣(241560)(23.6%)의 눈높이도 20% 넘게 상승했다.
철강·해운업 역시 하반기 경기 회복 수혜주로 분류되며 실적 추정치가 올라갔다. 세아베스틸지주(001430)(27.8%), 현대제철(6.8%) 등 업황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철강뿐 아니라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HMM(011200)에 대한 영업익 전망치도 2조 5450억 원으로 한달 간 27.4% 높아졌다. 다만 해운업 주가의 경우 주요 해운 운임 지수의 반등 조짐이 미약한 만큼 운임 지수의 향방을 좀 더 주시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경기 민감주의 실적 전망치 상향은 상장사 전체의 올해 이익 전망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상장사 231곳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합산 추정치는 151조 4662억 원으로 집계됐다. 1월 초 191조 6242억 원에서 지난달 151조 1359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일부 업종의 반등 전망에 힘입어 다시 상승 전환했다.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증권가의 목표 주가도 줄줄이 상향되는 추세다. 두산밥캣은 삼성·신한·교보·다올 등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를 발간한 4개 증권사가 모두 목표 주가를 올리면서 평균 목표가가 5만 7000원에서 7만 3000원으로 높아졌다. LG화학의 평균 목표주가는 올 초 87만 원에서 97만 9476원으로 12.6% 상승했고 세아베스틸지주는 실적 발표 후 8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가 3만 125원으로 13.7%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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