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게임사들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팬데믹 기간에 늘어났던 게임 이용 시간이 줄어든 데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 폭증으로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 크다. 한동안 무역수지 흑자의 효자 노릇을 하던 수출도 중국이 외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축소와 각국의 게임 규제로 인해 증가세가 꺾였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으로 인해 신사업으로 주목했던 P2E(Play to Earn) 게임의 합법화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2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자의 평일 일평균 게임 이용 시간은 132분으로 직전 연도 대비 13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말 일평균 게임 이용 시간은 232분에서 209분으로 23분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로 게임 이용자의 하루 평균 게임 이용 시간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게이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비해 게임에 시간을 덜 쓰면서 게임사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사의 수출 1위 대상인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된 2017년 3월 이후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제한하면서 해외 매출도 부진한 상태다. 한국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에 48개의 게임을 수출했지만 2017년부터 5년간 외자 판호를 거의 받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산 게임에 대한 빗장을 조금씩 풀었으나 본격적인 서비스는 늦어지고 있다.
중국에서의 위기는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잠정)는 13억 3000만 달러(약 1조 7146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 중 게임을 포함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94% 줄었다. 컴퓨터 프로그램 무역수지는 18억 4000만 달러의 적자로 나타났다. 김화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중국 등에 대한 게임 수출이 부진했는데 중국의 청소년 게임 시간 규제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판호 발급을 재개해 게임 업계에서는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예전만큼 매출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제지하기 위해 이용 시간을 평일 하루 1시간 30분, 주말 하루 3시간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0.4% 감소한 2658억 위안(약 51조 원)으로 추정된다. 팬데믹 기간에 치솟은 개발자 인건비도 게임사들의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컴투스·위메이드 등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7개 게임사의 올해 1분기 인건비는 총 6933억 원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 4674억 원에 비해 48.3% 급증했다.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16% 감소했다.
최근 김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으로 인해 게임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게이머들의 반발을 샀던 게임 업계가 이번에는 P2E 게임 합법화 로비 의혹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경우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제기된다. 악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외산 게임의 공세는 강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 게임 업체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출시 사흘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0만 장을 돌파했다. 중국 게임사인 호요버스가 2020년 내놓은 ‘원신’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매출 4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대형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 게임사들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재빠르게 대응하면서 반전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수한 게임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장르 다변화로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재도약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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