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 초 UAE를 찾아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온 지 4개월 만이다.★본지 5월 19일자 1·4면 참조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5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UAE 대표단 방한 행사를 진행했다. UAE 대표단은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공기업, 은행 등 7개 기관으로 구성됐다. 특히 대표단에 참여한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무바달라는 각각 세계 4위, 13위 국부펀드다. 대표단은 행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KDB산업은행 등 국내 기관 및 기업 30여 곳과 투자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눈여겨볼 것은 UAE가 시사한 투자 규모다. UAE는 이날 기재부와 공동 보도 자료를 내고 20억 달러 규모의 대한(對韓)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UAE가 올 1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구체적인 투자액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UAE가 발표한 20억 달러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투자 계획”이라며 “(UAE 측과) 투자 논의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분야도 구체화됐다. 정부가 UAE 대표단과 설정한 우선 투자 협력 분야는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농업 기술, 생명공학, 항공우주, K컬처 등 6개다. UAE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투자액(20억 달러) 대부분이 해당 분야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가 우선 투자 협력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UAE 고위급 면담 등을 통해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기재부는 우선 다음 달 초 추 부총리 주재로 UAE 투자협력위원회를 열고 관계 부처와 향후 투자 유치 전략을 점검하기로 했다. 올 7월 초에는 양국 경제 수장이 참석하는 ‘한·UAE 경제공동위원회’를 열고 투자 논의를 본격화한다. 산은은 올 10월 UAE에서 스타트업 투자 유치 행사인 ‘넥스트라운드’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올 2월 신설된 기재부 금융투자지원단이 투자 유치 작업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한국과 UAE의 경제협력 기반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양국 교역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UAE의 비석유 분야 무역은 5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UAE의 대한 수출 역시 7억 8100만 달러로 최근 1년 새 17%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UAE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살레 빈 나세르 알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은 최근 방한해 정부와 12조 원 규모의 교통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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