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꾸고 23일 공식 출범하면서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삼성중공업(010140))’도 본격적인 진검 승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옛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관리 체제 아래에서 뚜렷한 리더십 없이 단기 매출 키우기에만 몰두해 국내 조선업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출범 이후에는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품질을 앞세운 수익성 위주의 ‘건강한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1라운드는 벌써 시작됐다. 조선 업계는 우수 인력 확보전이 빅3 생존 경쟁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조선업 관련 인재가 급격히 줄어들어 조선사 대부분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오션은 6월 연구·설계 등 전 직군에 걸쳐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구조 조정을 겪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우수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는 방산 분야를 포함해 대리·과장급 설계 인력의 상당수가 경쟁사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의 한 관계자는 “설계 관련 인력이 지난해 대거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설계 업무에 큰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오션은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설계·연구직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부 인력은 최고 대우와 서울 근무를 내세우며 젊은 인력 확보에 큰 공을 들일 계획이다.
조선 업계 1위인 HD한국조선해양은 한화오션의 공식 출범 전부터 대규모 채용에 나서며 견제를 하는 모양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세 차례 채용을 진행했다. 이달에는 석사·박사급 연구 신입 인재 채용에 나섰다. 무려 53개 연구 분야 채용으로 조선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대규모 인력 모집이라는 평가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50개가 넘는 조선해양 분야의 석사 이상 인재 채용은 사실상 고급 인력을 싹쓸이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두 번의 공채를 통해 상당 부분 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삼성중공업 역시 물밑에서 대규모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력 채용에 대한) 준비는 다 돼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결정되면 (우리도) 대규모 인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 빅3가 기존 저가 수주 경쟁에서 품질 경쟁으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신조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기준 신조선지수는 169.6포인트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최근 2억 5800만 달러까지 치솟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조선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10년대 초중반 대우조선해양이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로 조선 3사 모두 출혈 경쟁을 시작해 공멸로 가게 됐었다”며 “이제 조선 3사 모두 민간 체제이다 보니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인수 작업이 본격화한 올 초부터 현재까지 10억 달러(4척) 규모의 선박만 수주하며 선별 수주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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