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발사체(로켓) 누리호의 첫 실전 발사 성공을 위해 모든 연구진이 긴장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누리호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긴장된 목소리로 임무 성공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이 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남 고흥시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운용 인력 200여 명은 마지막 준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안전 관리를 맡은 소방·군·경찰까지 모이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발사대에 선 누리호…19분 비행에 성패 갈린다=나로우주센터로부터 반경 3km까지 출입 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항우연은 이날 오전 누리호를 센터의 조립동에서 꺼내 약 1.8km 떨어진 발사대로 옮긴 후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세웠다. 오후에는 연료와 산화제(연료가 잘 연소되도록 돕는 물질)를 공급할 48m 높이의 주유소 격인 ‘엄빌리칼(탯줄) 타워’에 누리호를 연결했다. 발사당일 연료가 새는 일을 막기 위해 엄빌리칼 연결을 점검하는 기밀시험도 이뤄졌다. 준비를 마친 누리호는 발사만을 앞두게 됐다. 발사 예정시각은 24일 오후 6시 24분 3초이며 당일 발사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발사 4시간 전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가 주입된다. 10분 전에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점화 등 마지막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발사자동운용(PLO) 절차가 시작된다. 누리호는 이륙 2분 5초 후 64.5km 고도에서 1단이 분리되고, 4분 32초 후258km 고도에서는 2단을 분리시켜 위성을 탑재한 3단만 남긴다. 목표 고도인 550km에 도달하는 13분 3초 후부터 15분 23초 후까지 2분 20초 동안 8기의 위성을 20초 간격으로 분리한다. 위성 간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위성은 지구관측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포함해 총 8기, 중량은 총 504㎏이다. 이륙 18분 58초 후인 오후 6시 41분 1초에 비행이 종료된다. 정부는 데이터 분석을 거쳐 오후 8시쯤 비행의 성공 여부와 위성의 초기 교신 여부를, 이튿날인 25일 오전 11시 위성 교신을 최종 확인해 발사 성공 여부를 발표한다.
◇1시간 내 발사 못하면 실패…'뉴 스페이스' 시험대=이번 3차 발사의 목표는 위성 8기를 목표 고도에 안전하게 올리고 공전시키는 것이다. 가짜 위성을 실었던 2021년 1차 발사와 지난해 2차 시험 발사와 달리 이번 3차 발사는 위성들이 실제 작동까지 해야 최종 성공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수백kg이나 톤(t) 단위 규모의 실용위성 발사에도 도전해야 하는 만큼 이번 발사는 이 원장이 강조한대로 누리호의 첫 번째 실전인 셈이다.
이로 인해 1·2차보다 기술 난도는 높아졌다. 우선 ‘론치윈도(발사 가능 시간대)’가 약 1시간으로 제한된다. 론치윈도라는 제약이 없어 여러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발사 시각을 고를 수 있었던 1·2차와 달리 3차에서는 조건과 무관하게 오후 6시 24분을 전후로 30분 안에 발사하지 못하면 실패로 직결된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해질녘인 오후 6~7시쯤 하늘에서 태양전지판을 태양 쪽으로 펼쳐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 사출 역시 항우연에게는 첫 시도인 만큼 부담이 크다.
특히 이번 3차 발사는 항우연을 대신해 300개 기업의 발사체 제작과 발사 임무를 총괄할 민간 기업(체계종합기업)이 참여하는 첫 임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차부터 오는 2027년 6차까지 네 차례 반복 발사에 참여해 누리호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정부의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 개발) 구상을 주도적으로 실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앞선 시험발사 경험을 가진 항우연 입장에서도 민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업무방식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성공을 계기로 민간 우주기업이 자신감을 갖고 뉴 스페이스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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