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0%를 넘은 가운데 금융 당국이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대출 전환, 부실자산 조기 상각을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4일 증권사가 보증한 단기 ABCP를 해당 사업과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현 부동산 사업장의 사업 기간은 1~3년인 반면 자금을 공급하는 ABCP는 1~3개월마다 계속 차환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이다. 당국은 금융시장이 경색했을 때 ABCP가 대량으로 차환되면서 단기 시장 금리가 급상승하고 증권사 부실이 급증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세부적으로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가 지급보증한 PF-ABCP 등 유동화증권을 기초자산과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하는 경우 이에 적용하는 순자본비율(NCR) 위험값(100%)을 32%로 완화하기로 했다. 당국은 이를 통해 20조 원이 넘는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유동화증권 가운데 4조 9000억 원가량이 연내 대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당국은 또 증권사 부실채권의 신속한 대손상각도 추진한다. 증권사가 이미 ‘추정 손실’로 분류한 자산을 이른 시일 내 금감원에 상각을 신청하도록 해 심사·승인할 계획이다. 금융회사 채권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로 나뉜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모든 증권사에 이 같은 조치를 독려하는 공문을 배포했다. 금감원은 당시 6월 말 반기 결산 시점을 고려해 가능한 이달 내 관련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4월 28일에도 증권사 35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같은 방침을 전했다.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하고 있는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 기한도 이달 말에서 내년 2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프로그램 매입 잔액은 최근 자금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1032억 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증권사가 PF-ABCP 차환 발행에 실패해 자사 보증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고 장기간 보유하면 NCR 위험값을 32%로 완화해주는 기간도 다음 달 말에서 올해 말 종료로 늘린다. 지난해 단기 시장 경색 국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고 본 까닭이다. 당국은 한시적 조치와 별개로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적용 방식 자체도 올해 안으로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회사 규모에 따른 실질적 위험 감내 능력과 사업 단계·변제 순위 등의 위험도를 고려해 결정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8.2%에서 2.2%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 당국은 “금리 인상 관련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 상황을 감안해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개선 세부 방안 적용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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