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직회부 결정에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는 다섯 가지 주요 근거를 들며 노란봉투법의 문제와 부작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안 처리를 강행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 6단체는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은 (정부의) 노동 개혁과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국회는) 입법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고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그동안 이룬 상생·협력적 노사 관계가 무너지고 전투적 노사 관계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해 ‘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내고 5대 문제점을 지적했다. 입법 강행 시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도급제 형해화(유명무실화) △가해자 보호 법안 △경영권 침해 △파업 만능주의 확산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해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하고 노사 관계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경제주체가 노조법상 사용자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하청 근로자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지면 도급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도급 활용의 주된 이유는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경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원·하청 간 교섭이 허용되면 인력 운영의 비효율이 증가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이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으로 확대한 데 대해서도 사업 조직 통폐합 및 구조 조정 등 경영상 조치를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자칫 ‘파업 만능주의’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미이행 등 권리 분쟁 사안마다 파업을 들고 나와 ‘파업의 일상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노조의 파업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의 불균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민법 취지에 위배될 뿐 아니라 가해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 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숙원인 노란봉투법 입법 가속도에 기대감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란봉투법은) 수백만 명의 하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법안”이라며 “파견법이 제정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권리가 오를 수 있는 법안이 부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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