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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호텔 투숙 거부·네이버 접속 차단…되살아난 한한령 악몽

한국인이란 이유로 체크인 거부

아이유·정용화 등 中활동 반대

냉각된 한중 관계 영향 탓 해석


#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을 찾은 한 한국인 사업가 A 씨는 한인 밀집 지역인 왕징의 H호텔에 투숙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자신이 묵는 숙소를 신고하는 ‘주숙 등기’가 필요한데 호텔에서 A 씨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대형 호텔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던 A 씨는 며칠 뒤 네이멍구 바오터우시의 호텔 두 곳 모두에서 숙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다.

24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아이유의 중국 활동 재개 여부를 묻는 게시물에 반대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다시금 고조되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며 한국인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감시와 견제, 차별적인 행동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24일 ‘아이유가 중국 활동을 재개한다’는 글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라왔다. 다수의 게시물 중 아이유의 중국 활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반대 의견이 1만 건을 넘어 찬성 의견 약 6000건보다 많았다. 댓글도 ‘아이유는 좋지만 한한령(한류제한령)을 지지한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것이 싫다’ 등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올 들어 일부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 재개 소식이 들려왔지만 최근 다시 한중 간 긴장감이 커지며 예정된 출연조차 명확한 이유 없이 취소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정용화 씨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17일 베이징을 찾았으나 이틀 만인 19일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를 통해 6월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 ‘파이팅! 신입생1반(?斗! 新生一班)’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당국으로부터 출연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이 미국·일본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여하며 중국을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가 A 씨처럼 숙박에 문제를 겪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의 숙박이 가능한 시설이 제한되지만 한국인이라고 차별 받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최근 한중 관계가 냉각된 영향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며칠 전부터는 중국에서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10월부터 네이버 카페·블로그 등의 접속을 차단했으나 검색이나 메일 서비스 접속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네이버를 이용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해당 부서에 알아볼 것을 추천한다”며 접속 차단을 사실상 인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네이버 서비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맞지만 중국 정부가 접속을 차단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 네이버에 접속하려면 구글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할 때처럼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이 필요하다.

게임 업계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증인 ‘판호’ 발급이 다시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국 게임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판호 발급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말부터 일부 재개된 상황이다.

냉각된 한중 관계로 엔데믹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 업계도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여전히 제한하고 있고 개별 관광객 유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 중국의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이달 22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관광로드쇼도 취소됐다.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본 현지 여행사들이 K관광로드쇼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드쇼 대신 참여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네트워킹하는 간담회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관련한 중국 정부의 지침이 계속되는 한 올해 정부가 세운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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