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의 3차 발사가 마무리되면서 한화그룹 중심의 뉴스페이스 시대도 본격 개막했다. 지난해 11월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누리호 총조립의 중책을 맡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이제는 뉴스페이스 주도권을 쥐고 한국판 스페이스X의 꿈을 실현할 주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5일 한국항공우주(047810)연구원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서 체계 종합을 담당했다. 체계 종합은 누리호 제작을 총괄 관리하고 발사 공동 운용 역할을 하는 임무다. 누리호는 정부 주도의 우주사업이었지만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항우연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한국형 발사체 체계 종합 기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국항공우주(KAI)와 경합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낙승으로 마무리됐다. 최종 선정은 기술 능력 평가(90%)와 입찰 가격 평가(10%)로 결정됐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엔진 제작 역량과 위성 서비스 등 기술이 부각되고 입찰 가격에서도 KAI를 압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 제작과 발사에 참여한 기업들을 보면 한화 계열사들이 가장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 종합 외에도 엔진 총조립과 터보펌프, 배관 조합체, 구동장치 등을 담당했다. ㈜한화는 추진 기관 공급계와 구조체 일부를 제작했다. 17개 개발 분야에서 한화그룹 계열사가 맡은 부분은 7개나 된다.
국내 우주개발은 한화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차 발사는 항우연이 주도했다. 이번 3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본격적으로 참여를 시작하고 2027년까지 예정된 4~6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발사체를 우주에 날려 보내야 한다. 누리호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10년 뒤에는 우주선도 달에 내릴 계획을 갖고 있다.
한화는 발사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의 핵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우주수송·인공위성·우주탐사에 이르는 우주산업 전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준비도 체계적이다. 2021년 3월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사업 기능 결합을 위해 우주사업 협의체 ‘스페이스허브’를 출범시켰다. 스페이스허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시스템·㈜한화·쎄트렉아이 등으로 구성됐다.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를 통해 외연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영국 위성통신 안테나 기업인 페이저(현 한화페이저)를 인수했다. 미국 통신 안테나 기업인 카이메타 지분 투자에 이어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의 지분 9%를 확보해 우주통신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30년 이후에는 지구 저궤도에 위성 2000기 이상을 쏘아올려 전 세계 대상 위성통신 사업을 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이뿐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에 쎄트렉아이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쎄트렉아이는 자체 기술로 인공위성을 개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위성 데이터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는 앞으로 우주산업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우주탐사 기술까지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 8월 누리호보다 더 규모가 큰 차세대 발사체를 총괄하는 기업을 선정한다. 한화 역시 이 사업에 도전한다. 차세대 발사체(KSLV-III)는 누리호와는 차원이 다르다. 차세대 발사체의 페이로드는 10톤 이상으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이나 달 착륙선 조립도 가능하다. 미래 기술도 많이 포함돼 있다. 메탄엔진, 수소엔진, 발사체 재사용 연구, 고체 부스터 등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기술도 차세대 발사체 프로젝트에서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항우연의 축적된 역량과 국내 300여 개 업체의 기술, 한화의 우주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추가 발사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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