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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카다시안 '기적의 다이어트약' 국내에서 나왔더라면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GLP-1 기반 비만약 '위고비' 열풍…국내도 허가

체내 호르몬과 유사해 부작용 적은데 효과 강력

한미약품, 기술수출 반환 신약으로 재기술수출

GLP-1 기반 다양한 R&D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

킴카다시안과 일론머스크가 맞았다고 알려지며 해외에서 '위고비' 열풍이 불었다. 더타임즈 캡처




30도 안팎의 때이른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긴 여름 자체보다 걱정되는 건 코시국에 숨겨왔던 군살을 어떻게 빼야 하느냐는 건데요, 이렇게 마음이 약해질 때일수록 킴 카다시안이 3주 만에 7.5kg을 감량했다는 ‘기적의 다이어트약’ 소식에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입니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주인공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입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에서 몸매 유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단식, 그리고 위고비"라고 답했다죠? 한 달치 약값이 180만 원(1350달러)에 육박하는 위고비는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킴 카다시안이 맞은 ‘다이어트 주사’ 국내 상륙 기대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위고비 프리필드펜' 5종에 품목 허가를 내주면서 국내 도입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는데요. 현재로선 내년 상반기께 발매가 예상됩니다. 해외에서는 위고비 품귀에 위고비와 성분이 동일해 대체제로 통하는 당뇨약 '오젬픽'까지 자주 품절된다고 하니 국내 공급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해외에서 판매 중인 '위고비' 제품 사진. 사진 제공=노보노디스크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부활동량이 줄어든 틈을 타 비만 인구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2035년 비만 인구가 15억 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데요, 효과는 강력하고 부작용은 적은 신약이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일라이릴리,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이러한 시장성을 보고 비만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국내 비만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 동안 삭센다 단독 품목이 6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죠, 삭센다와 위고비를 모두 판매하는 노보노디스크 입장에선 비만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 없는 상황입니다.

◇ 체내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기전…효과 강력하고 부작용은 적어




최근 개발 중이거나 시장 흥행에 성공한 비만약들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를 자극해 체중감량을 유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GLP-1은 본래 음식을 먹을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당뇨약으로 개발됐는데 연구 과정에서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하는 효과가 새롭게 밝혀지면서 비만 적응증을 장착하게 된거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껴 식욕을 억제하는데 혈당조절까지 가능하다니 가히 기적의 약이라 불릴만 합니다. 위고비 못지 않게 주목받는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마운자로(성분명 티제파타이즈)'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 호르몬을 동시 자극하는 이중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덕분에 체중감량 효과도 더 강력하다고 하죠. 당뇨병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마운자로는 비만 적응증의 허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한미약품, GLP-1 바이오신약으로 재기술수출…이중·삼중작용제 동시 개발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GLP-1 기반의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던 기업이 있는데요, 과거 빅파마와 수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국내 신약개발 열풍을 주도했던 한미약품입니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4년만에 권리를 돌려받은 당뇨·비만 신약후보물질이 다름아닌 GLP-1 기반의 이중작용제거든요. 마운자로가 GLP-1과 함께 GIP 수용체를 자극한다면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GLP-1과 함께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자극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약 기술을 돌려받은 지 1년 여만에 MSD(미국 머크)와 1조 원대(총 계약금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GLP-1 기반 신약의 잠재력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MSD는 GLP-1 기반의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경쟁이 치열한 비만당뇨 대신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으로 개발 중입니다. NASH 치료제로 정식 허가 받은 약이 아직 없는 만큼 성공할 경우 시장성이 상당할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되죠.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GLP-1 기반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의 희귀의약품 지정 현황. 사진 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다가 권리를 돌려받은 GLP-1 유사체 기반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GLP-1과 글루카곤, GIP 3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GLP-1과 글루카곤 유사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랩스글루카곤콤보’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환자가 해당 약물의 투여량을 줄여줄 수 있도록 돕는 랩스커버리 플랫폼기술을 접목해 당뇨·비만 등 대사질환부터 NASH·선천성 고인슐린증·특발성 폐섬유증 등 여러 적응증을 공략하고 있죠. 화이자는 GLP-1을 겨냥하는 비만약을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으로 개발하고 있는데요, 최근 학술대회에서 먹는 GLP-1 비만약으로 4개월 만에 4.5kg의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들보다 신약개발이 다소 늦어진 대신, 제형변경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죠. 잇단 기술수출 반환으로 아픔을 겪었던 한미약품의 R&D 투자도 뒷심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성공 신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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