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할당관세 조치에 따른 세수 감소액이 지난해 3배 가까이 급증해 2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할당관세의 경제적 효과는 세수 감소액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지나친 확대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할당관세 분석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할당관세 조치에 대한 세수 지원액은 1조 9694억 원으로 전년(6758억 원) 대비 191.4% 증가했다. 2020년(3742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426.3%로 껑충 뛴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정부의 할당관세 조치로 그만큼 덜 걷힌 세금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할당관세 품목의 수입액 급증이 1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할당관세 품목 수입액은 112조 1000억 원으로 전년(42조 6000억 원)보다 163.1% 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무관세가 적용된 액화천연가스(LNG·기본세율 3%)만 놓고 봐도 세수 지원액이 2021년 1357억 2000만 원에서 지난해 7383억 원으로 뛰었다.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관세 인하 품목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가 치솟자 수입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할당관세 품목을 늘렸다. 지난해 소고기 할당관세에 따른 세수 감소액만 1654억 5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감소액도 각각 773억 3000만 원, 241억 원에 달했다.
반면 할당관세 조치의 국내총생산(GDP) 순증 효과는 4914억 원에 그쳤다. 할당관세의 경제적 효과가 세수 감소분(약 2조 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소고기·돼지고기 등 도축육 할당관세의 GDP 순증 효과(-367억 8000만 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가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 등 할당관세의 목표를 놓고 봤을 때 단순히 정량적 지표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재부 측은 “할당관세제도는 여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할당관세 확대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올 하반기 공급 물량 부족이 우려되는 돼지고기와 고등어에 각각 4만 5000톤과 1만 톤의 할당관세를 추진하겠다”며 “국제 가격이 상승한 원당과 설탕도 할당관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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