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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 See' 뮤지컬 내한공연…"이렇게 봐야 더 재밌어요"[어쩌다, 커튼콜]

"나만 알고 싶어" 내한공연 매력 대방출

공연을 돕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하는 자막

자막 없이 공연 즐기고 싶다면: 예습만이 살 길






1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뮤지컬 공연장에 갔는데 앞사람의 키가 너무 커 두 시간 넘게 고개만 기웃거리다 온 적이 있나요? 배우의 노래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여운이 남아 같은 돈을 내고 본 공연을 또 본 적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만 간직하느라 답답한 적은 없나요? 세상의 모든 뮤덕(뮤지컬 덕후)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 위해 뮤덕 기자가 나섰습니다. 뮤지컬 애호가를 위한 뮤지컬 칼럼, ‘어쩌다 커튼콜’과 함께하세요.




뮤지컬을 보는 사람은 여러 부류로 나뉩니다. 특정 배우를 좋아해 그 배우의 공연만 주구장창 보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뮤지컬이 주는 호흡과 감동, 그 자체를 즐기느라 이 공연, 저 공연을 떠도는 사람도 있죠. 저는 ‘레베카’의 옥주현이 아니면 대체로 배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모든 공연은 배우별로 봐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도 하죠. 사실 이런 유형은 ‘가산을 탕진하는’ 유형이죠. 배우별로만 봐도 최소 2~3회는 볼 테고, 25주년을 맞아 27일부터 한국에서 공연의 막을 올리는 ‘시카고'처럼 오리지널팀이 내한을 하는 경우도 따로 봐야 하거든요. 왜 그렇게까지 보냐고 묻고 싶으시겠죠? 글쎄요. 궁금한 걸 어쩝니까. 그 대사와 춤을 오리지널팀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한국 배우와 미국 배우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서 밤잠을 설치는걸요.

값비싼 내한공연… 나만 알고 싶은 매력이 있다


사실 내한공연은 라이선스나 창작보다 훨씬 비쌉니다. 이미 국내 라이선스 공연도 VIP석은 25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세상이지만 배우와 스텝, 무대 설비 등을 모두 현지 오리지널팀이 그대로 참여해 제작하는 구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죠. 뮤지컬이나 연극은 다른 공연과 다르게 가까이에서 관객을 만나고 노래, 춤 뿐 아니라 대사로 극이 진행됩니다. 때문에 관객은 제작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찰떡같이 알아차립니다.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공연의 질을 담보할 수 없게되고, 관객의 만족도도 떨어지겠죠. 내한공연은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공연계는 직능별 노조의 힘이 셉니다. 때문에 함부로 공연 비용을 낮추면 제작사가 손익분기를 맞추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뮤덕들은 한국인 배우가 등장하는 오리지널·창작 뮤지컬에 비해 내용을 100% 이해하기도 힘들고 비싸기까지한 내한공연을 왜 보는 걸까요.

앞서 언급했듯 내한공연은 오리지널 공연과 다른 공연입니다. 뮤지컬 덕후가 아닌 분들은 ‘같은 공연을 두 번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제 입장은 좀 다릅니다. 내한공연과 오리지널 공연은 같은 대본을 공유하는(엄밀히 말하면 오리지널 공연은 내한공연을 번역하니 이마저도 다를 수 있군요.) 전혀 다른 공연입니다. 아주 쉽게 예를 들어볼게요. 한국의 한 인기 아이돌이 두 시간동안 비틀즈의 주옥같은 곡들을 커버하고 그들의 공연을 그대로 재연하는 콘서트를 연다고 가정해 보죠. 해당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들과 비틀즈의 명곡을 사랑하는 분들이 공연장을 찾을 것입니다. 그런데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내한했습니다. 이미 아이돌 콘서트를 다녀온 사람들이 “이미 다 본 공연을 왜 또 가?”라고 말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돌이 부른 비틀즈의 명곡과 폴 매카트니가 혼자 부르는 비틀즈의 명곡은 서로 다른 걸요. 어느것이 더 우월하다 할 수 없는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25주년 기념 뮤지컬 '시카고' 공연 사진. 사진 제공=신시컴퍼니 ⓒJeremy Daniel


25주년 기념 뮤지컬 '시카고' 공연 사진. 사진 제공=신시컴퍼니 ⓒJeremy Daniel


자막, 공연을 돕거나 vs 방해하거나


자, 이제 내한공연 예찬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뮤지컬에 막 입문해 내한공연을 보려고 하는 분들을 위한 알짜 정보를 제공해보고자 합니다. 내한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막’입니다. 당연하겠지만 내한공연은 자막이 있습니다. 의아할 수 있죠. 자막이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영화는 스크린 상단이나 하단에 자막이 배치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자막을 동시에 보는 게 가능합니다. 자막이 영화 관람을 거의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인들은 ‘자막은 1인치의 장벽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뮤지컬의 자막은 고작 1인치가 아닙니다. 자막이 홀로그램처럼 무대 중앙에 펼쳐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대부분 뮤지컬 극장의 자막은 무대 양쪽의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그리 최첨단은 아닙니다. 마치 누군가가 지금 실시간으로 입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린 반응속도를 자랑하며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올해 초 감상한 뮤지컬 ‘식스’는 1500년 대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역사를 잘 알고 있어도 자막이 필요한 작품이죠. 그런데 당시 자막 중에는 ‘1522년’을 ‘천 오백 이십 이년'으로 표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천 오백~’을 읽고 있는 동안 무대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죠. 또 ‘페어(fair)’처럼 영어를 우리말로 소리나는대로 기재한 부분도 더러 있었는데요. 내한공연의 번역은 원작자와 프로덕션의 의견 교환을 통해 이뤄집니다. 오리지널 작품의 의도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게 중요하죠. 때문에 무리한 ‘의역’을 지양하게 됩니다. 그래야 원작의 묘미를 잘 살려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원작의 의도를 살리느라 공연을 보기 어려워진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비단 ‘식스’ 뿐 아니라 많은 내한공연에서 이같은 자막 불편함이 발생하곤 합니다.

자막 없이 공연만 즐기고 싶다면 : 예습만이 살길


하지만 뮤지컬이 영화와 다른 점은 바로 자막이 아예 없어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겠죠. 화려한 앙상블과 가슴을 울리는 넘버는 사실 서사와 관계없이 감동적입니다. 때문에 자막탓을 하기보단 공연을 보기 전 우리가 조금 예습을 해 가는게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 강국에서 예습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어떤 예습을 해야 할까요.

1)작품 속 시대적 배경

미국, 유럽 뮤지컬은 대부분 과거를 배경으로 합니다. 앞서 언급한 뮤지컬 ‘식스’는 종교개혁을 단행한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국왕 ‘헨리 8세’의 여섯 왕비의 이야기입니다. 티켓을 구매할 때 작품 상세페이지에서 작품의 내용이 나오잖아요. 사실 이 부분만 읽어둬도 충분합니다. 종교개혁까지는 알 필요 없지만 ‘헨리 8세'가 누구인지만 알면 되는데요. 헨리8세는 총 6번의 결혼을 하고 수많은 스캔들을 남겼다고 합니다. 위대한 국왕의 여섯 왕비가 ‘이혼 당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바로 ‘식스’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올해 제가 본 모든 뮤지컬 중 가장 재미있습니다.) 이 정도만 알아둬도 사실 자막이 공연 관람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나폴레옹’ 내한공연의 한 장면. 배우 로랑 방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열린 프랑스 내한 뮤지컬 '나폴레옹'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나폴레옹’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타고 앞으로 전진하는 나폴레옹의 초상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풍운아인 나폴레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혁명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동생 ‘루시앙’이 황제가 되려는 나폴레옹에게 실망하며 돌아서는 장면에는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 실각의 근원이 되는 러시아 원정의 참혹함도 미리 알아둔다면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겠죠.

2)유명 배우의 얼굴 알아두기

설마 이런 분이 있을까 싶지만 주연 배우의 얼굴을 알아두지 않으면 정말 두 시간의 공연이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스타가 있습니다. 각 작품을 대표하는 배우의 얼굴을 알아두면 ‘아 저 사람이 주인공이구나’ 정도는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래 표를 참고해 주세요.



캐나다 출신의 배우 라민 카림루는 영국 웨스트 엔드의 스타 뮤지컬 배우인데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 역할을 맡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직접 ‘오페라의 유령’ 속편인 ‘러브 네버 다이즈’의 주인공으로 그를 지명할 정도였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는 ‘앙졸라’와 ‘장발장’을 맡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죠. 2014년에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장발장을 맡았는데, 이 작품으로 토니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카림루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에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콘서트 형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령의 대표 주자인 만큼 언젠가 카림루가 연기하는 뮤지컬 속 팬텀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최근 뮤지컬 ‘나폴레옹’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던 프랑스 배우 ‘로랑 방’은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얼굴이죠. 그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그랭구와르’와 ‘페뷔스’ 역을 거쳐 최근에는 주교 ‘프롤로’를 맡고, 뮤지컬 ‘아마데우스’에서는 ‘살리에리’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나폴레옹’을 마치고서는 “한국에서 뮤지컬 나폴레옹의 초연은 나에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며 “산을 오르는 첫 걸음의 마음으로 준비해 더 멋진 나폴레옹으로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필리핀 출신의 디바 조아나 암필을 빼놓을 수 없죠. 최근 ‘캣츠’ 내한 공연에도 참여하기도 한 그는 2013년 캣츠 오리지널팀에 합류해 10년째 ‘그리자벨라’ 역으로 열연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레미제라블’ 공연에서 ‘팡틴’을 맡기도 한 암필은 1993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으로 데뷔해 거장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자벨라가 노래하는 넘버 ‘메모리’는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노래입니다.

3)뒷자리가 더 명당

다른 뮤지컬과 다르게 내한공연은 뒷자리가 더 명당입니다. 이 역시 자막 때문인데요. VIP석 한가운데 가장 비싼 자리에 앉으면 공연을 보다 왼쪽, 오른쪽으로 두리번 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막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죠. 제아무리 넘버와 앙상블이 중요한 공연이더라도 자막이 가끔 궁금할 텐데요. 그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장면은 넘어가버립니다. 오히려 내한공연은 2층이 더 좋습니다. 한 눈에 무대와 자막이 모두 들어오죠. 마치 영화 스크린 자막처럼요. 때문에 자막의 ‘공연 방해도’가 현저히 낮아집니다.

한국어로 번안한 뮤지컬만으로도 여전히 노래는 아름답고, 극에 흠뻑 젖어들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내한공연만이 줄 수 있는 점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합니다. 물 건너 탄생한 뮤지컬의 이야기가 제 고향을 찾아 오리지널의 꽃을 피운다고 할까요. 한국 공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자막과 함께 하는 이색적인 순간도, 배우들이 속삭이는 원어의 느낌도 특별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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