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5000만 원. 지난해 12월 애슐리퀸즈 잠실롯데캐슬점이 한 달간 벌어들인 매출이다. 전국 1위로, 매출 상위권인 A급 점포 평균 매출(4~5억 원)을 크게 웃돈다. 교통의 요충지인 잠실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 데다 최근 뷔페가 고물가 속 가성비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말에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발길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이랜드가 30대 점장을 파격적으로 발탁하고, 단체 손님 모객에 최적화된 동선을 설계하는 등 혁신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픈 손가락서 전국 1위로
27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애슐리퀸즈 잠실롯데캐슬점은 지난해 12월 7억 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국 1위 점포' 타이틀을 달았다. 이는 2012년 오픈 이후 최고 실적이다. 올해 월평균 매출 역시 7억 원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까지만 해도 이곳은 애슐리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총 300석에 달해 임대료가 큰 대형 매장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파에 매출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이 줄어든 직원들은 쿠팡이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잠실 한복판에 위치한 '간판 점포'가 쓰러지자 이랜드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30대의 젊은 외식업 전문가를 점장으로 발탁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먼저 잠실롯데캐슬점의 경우 2인 단위 손님이 많은 것에 주목했다. 오피스 밀집 지역인데다 미팅차 애슐리를 찾는 직장인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4인석을 2인석 단위로 쪼개 총 좌석 수를 기존 232석에서 296석으로 늘렸다. 이랜드 관계자는 "무조건 테이블 간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좌석 점유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구역에서는 오히려 테이블을 붙였다. 롯데월드로 소풍을 온 학생들이나 점심 회식차 애슐리를 찾는 직장인 등 10명 이상의 단체 고객 역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잠실에 위치한 패밀리레스토랑 중 100여 명 이상의 단체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잠실롯데캐슬점 뿐이라는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밖에 메뉴 교체주기를 30분으로 짧게 잡아 신선함과 따뜻함을 유지하고,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에 직원들이 자체 행사를 연 것도 긍정적인 후기로 이어졌다. 또 외출 전에 집에서 미리 웨이팅을 걸어놓고, 예상 대기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온라인 줄서기' 서비스를 도입해 대기 중 이탈 고객 수를 10%가량 줄인 것도 매출 상승으로 직결됐다.
연내 매장 80개까지 확대
애슐리퀸즈의 부활이 잠실롯데캐슬점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이랜드에 따르면 애슐리퀸즈 전 점포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월 매출이 5억 원 이상인 A급 매장 수도 2019년 4개에서 팬데믹 기간 0개로 줄었다가 이달 6개까지 확대됐다.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가족 단위뿐 아니라 직장인 회식 등 단체 수요가 몰린 것이 주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애슐리퀸즈의 평일 점심 가격은 1인당 1만 9900원, 저녁은 2만 5900원이다. 통계청따르면 올 1분기 외식물가지수는 115.48(2020년=100)로 2020년 1분기의 99.64보다 15.8% 뛰었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 6346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7% 비싸졌다. 같은 기간 삼겹살 200g 가격은 1만 9236원으로 11.4% 상승했다.
이랜드는 가성비 뷔페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현재 60여 개인 애슐리퀸즈의 매장 수를 연내 8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랜드가 2003년 '점심 99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인 토종 뷔페 브랜드 애슐리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누적 고객 수는 3억 명, 메뉴 수는 3200여 종에 달한다. 이중 20년 간 살아남는 메뉴는 '시그니처통살치킨' 등 15여종에 불과하다. 통살치킨에 사용된 닭고기양은 무려 1만 4400t, 바비큐포크 메뉴에 사용된 돼지고기양은 30만 마리분에 육박한다. 애슐리퀸즈 등 인기에 힘입어 이랜드이츠는 2020년 638억 원 규모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1년 194억 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고, 지난해에는 흑자전환에까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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