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도 ‘한정판’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제조사들은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디자인이나 개성 있는 색상, 사양 등을 적용한 한정판 모델을 선보이곤 합니다. 한정판 모델은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기더라도 판매 개시 직후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매달 한정판 선보이는 벤츠…출시 족족 ‘완판’
특히 수입차 업계가 한정판 모델 출시에 적극적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매달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한정판 모델이 모두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2월에 선보인 ‘더 뉴 EQS 450 4MATIC SUV 온라인 스페셜’ 모델은 가격이 1억 6000만 원이 넘는데도 출시 30분 만에 준비된 물량 12대가 모두 계약됐습니다.
EQS는 주행거리 495㎞를 확보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입니다. 온라인 한정판은 기본 모델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하이퍼스크린과 MBUX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사양과 고급 소재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이 밖에도 △1월 마이바흐 S 580 4MATIC 블루 스타 더스트 나이트(24대·3억 1781만 원) △3월 AMG GT 43 4MATIC+ 다이내믹 레드 블로썸(10대·1억 8687만 원), 골든 데이라이트(13대·1억 9167만 원) △4월 E 450 4MATIC 카브리올레 루벨라이트 레드 메탈릭(10대·1억 1156만 원), 마누팍투어 오팔라이트 화이트 브라이트(20대·1억 1771만 원) 등 올해 들어 출시한 대부분의 한정판 모델이 모두 팔렸습니다.
BMW, 4년 전 한정판 판매 시작…구매자 추첨 경쟁률 115대 1
BMW코리아도 일찍이 한정판 마케팅에 집중했습니다. 2019년부터 온라인 판매 채널 ‘BMW 샵 온라인’을 개설해 희소성 높은 한정판 모델을 매월 꾸준히 선보여 왔는데요. 판매 채널 출시를 기념하며 선보인 ‘뉴 118d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100대)’과 ‘뉴 X6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퍼스트 에디션(50대)’은 이틀 만에 모든 물량이 판매됐고 갈수록 완판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이달에는 고성능 스포츠액티비티차(SAV) ‘뉴 XM’ 출시를 기념한 한정판 ‘뉴 XM 퍼스트 에디션’ 8대를 선보이며 추첨 방식으로 구매자를 정했는데요. 무려 916명이 몰려 115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가격이 2억 2530만 원에 달하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마세라티도 컨버터블(오픈카)인 ‘MC20 첼로’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 65대만 제작된 ‘MC20 첼로 프리마세리에’를 국내에 5대 한정 판매했습니다. 이 5대 역시 계약을 받기 시작한 직후 판매가 완료됐다고 하네요.
개성 중시하는 고객 유인…브랜드 판매 확대 효과도
한정판 모델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정판 모델의 높은 희소성을 이유로 꼽습니다. 남과 다른 디자인과 옵션, 성능을 소유할 수 있는 점이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겁니다. 공산품인 자동차의 특성상 남과 뚜렷이 구분되는 제품을 얻기에 한계가 있는데 한정판 모델은 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죠.
또 수입차는 이미 물량이 확보된 상태에서 판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출고 대기 기간이 일반 모델보다 짧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한정판 모델 출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우선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충성도)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롭고 특별한 모델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기존 고객의 관심과 애정을 붙잡아둘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브랜드의 전체 판매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정판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큰 화제를 얻으며 잠재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판 모델 인기→브랜드 희소성 강화→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노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한정판 모델은 제조사 입장에서 ‘브랜드 가치 강화’와 ‘판매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韓 시장에 한정판 물량 더 배정…전용 모델 출시까지
한정판 모델은 본사 차원에서 생산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한국 법인에서 기획해 본사에 생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기획 단계부터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이 무엇일지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쳐 본사에 주문을 넣는다고 하네요.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도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한정판 모델 생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심지어 전 세계에 공통으로 내놓는 한정판 모델의 물량을 한국에 더 많이 배정하는 식으로 우선권을 주기도 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 브랜드의 첫 양산차 출시 100주년을 기념한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4MATIC 에디션 100’을 지난해 공개했는데요. 생산 물량 100대 가운데 17대를 한국 시장에 배정했습니다. 한정판 모델의 약 20%를 국내 시장에 몰아준 겁니다.
아예 한국 시장만을 위한 한정판 모델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한국 법인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메르세데스-AMG G63 K-에디션 20’을 국내에만 출시할 예정입니다. G클래스의 고성능 모델 ‘메르세데스-AMG G63’을 바탕으로 태극 문양을 연상시키는 외장 색상(레드, 블루)을 적용한 점이 특징입니다.
온라인 판매 활성화도 기대…한정판 경쟁 지속 전망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도 깔려있습니다. 수입차 업계는 각자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차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고객들이 온라인 구매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하네요.
마케팅과 판매 등 사업 전반에 걸쳐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수입차 업계의 한정판 모델 출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특별한 모델이 출시될지, 언제까지 ‘완판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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