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던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인 왓챠 인수를 추진하던 LG유플러스가 돌연 인수 작업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왓챠는 지난해 7월부터 LG유플러스와 10개월 가량 투자 협의를 진행해 매각 직전까지 이르렀다 무산되자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LG지주에서 왓챠 인수를 승인했으나 이를 최근 번복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최근 왓챠에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LG측은 이달 초 왓챠 측에 회사 최고위층의 인수 승인이 이뤄졌다고 밝혔는데 이를 9일 만에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업계 경쟁 심화에 따른 투자금 확보 등이 급해 LG유플러스 매각에 호응했지만 갑자기 무산되자 허탈해하며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왓챠는 LG유플러스가 인수 결정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자 더욱 답답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에 투자한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5월 초 LG유플러스가 왓챠 측에 LG그룹 차원의 승인 아래 지주 차원의 모든 (인수) 결정이 끝났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LG유플러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왓챠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를 중단했다가 재개했다는 등 많은 루머가 시장에 돌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7월부터 인수 협의가 중단 없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2011년 설립된 왓챠는 영화 리뷰 커뮤니티로 시작해 2015년 왓챠플레이를 출시하며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태훈 대표가 창업자로 현재 지분 1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투자자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한국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있다.
LG유플러스는 협상 과정에서 왓챠의 경영권 인수와 더불어 상당한 규모의 신규 자금 투입 등의 매력적 조건들을 제시해 왓챠 경영진과 주요 투자자들도 300억 원 안팎의 낮은 기업가치로 LG유플러스가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조건을 수용했다. 왓챠 투자자 중 일부는 2021년 말 49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기업가치를 3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투자자들이 적잖은 손실을 감수한 것은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 이후 수년에 걸쳐 공동 결합 상품 출시 등을 통해 3000억 원 이상의 매출 지원을 약속한 때문이다. 또 LG유플러스는 투자자들에 향후 기업가치를 높인 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투자금도 원활히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왓챠 경영진도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으면 경영 정상화는 물론 티빙과 웨이브 등 경쟁 OTT들과 “한 번 붙어볼 만 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왓챠는 LG유플러스와 M&A 협상 기간이 장기화하자 다른 전략적 투자자(SI)들의 다양한 제안이 있었지만 LG측으로 회사 매각을 성사시켜려 다른 제안들은 물리친 것으로 전해져 새로운 투자자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왓챠 인수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협상 과정에서 매출이나 상장을 보장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