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정부가 추진하는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자사주 제도 개편과 관련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주주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도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공기업·금융사 제외)의 최근 5년간 자사주 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 86개 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31조 574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주가 부양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가 낸 자사주 취득 예정 공시 56건 중 37건(66.1%)은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었다. 이어 임금·성과 보상이 11건(19.6%), 이익 소각 6건(10.7%), 우리사주조합 등 출연 2건(3.6%)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올 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 보고에서 자사주 관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크게는 세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기업들이 자사주 규제 강화 등에 대비해 보유한 물량을 대거 주식시장에 풀 경우 주가 하락으로 막대한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법률 간 충돌도 예상 부작용 중 하나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처분할 수 있게 됐는데 자본시장법이나 시행령에 소각 강제 조항을 넣으면 상법과 배치되거나 상위법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 경영권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효율적 방어 기제가 허용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거의 유일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논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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