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1년 6개월(현행 1년)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추가되는 6개월간의 휴직 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를 예술인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도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이에 출산·육아휴직 급여 지출에 국가 재정을 일정 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해 적극적인 저출산 대책을 시행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부부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해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올 1월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정책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추가되는 6개월 동안의 급여 지급 여부 및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을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육아휴직 기간 통상임금의 80%(월 상한액 150만 원)를 지급한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과 국내의 다른 육아 지원 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형평성, 재정 상황 등 검토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이다. 출산·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에서 지급된다. 실업급여계정은 2018~2021년 1조 5122억 원의 당기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만 떼어보면 간신히 흑자 전환했지만 적립금 배율(지출액?대비?누적적립금?배율)은 0.3에 그쳤다. 고용보험법에 따른 적정 적립금 배율(1.5~2.0배)에 한참 못 미친다. 출산·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정책 지출이 같은 기간 52% 넘게 폭증한 영향이다. 특히 출산·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추진하고 있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 3월 예술인과 특고에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향후 5년간 4296억 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성의 출산휴직 급여 지원 기간을 5일에서 10일로 늘리는 정책까지 계획대로 시행되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은 가중된다. 결국 고용보험료율 인상 압력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저출산 극복은 국가적 과제인 만큼 정부가 재정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에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올해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 모성보호급여 규모는 2조 1006억 원인데 이중 국가 재정은 3000억 원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따지면 14.3%로 지난해(14.4%)보다 소폭 줄었다.
일각에서는 국가 재정 투입 규모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201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출산·육아휴직 급여의 30% 이상을 국가 재정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일반회계의 전입 비중을 법으로 명시하는 경우는 없다”며 “저출산 극복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논의 내용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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